
━★정철의 고시조★━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저멋거니 돌히라 무거울가
늙기도 설웨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머리 위에 이고, 등에 짐을 진 저 늙은이 그 무거운 짐을
나에게 넘겨주시오. 나는 아직 젊었으니 돌인들 무겁겠오.
내 가져다 드리리다.
늙은 것만도 서러울 터인데 짐까지 지고 다니시다니.
사람이란 세상과의 교통을 끊고 홀로 살아가노라면
석가모니 와도 같이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그러나 정 철이 이 시조에서 느끼는 무상은 종교의 세계로 가 버리지 않고 행동으로 이를 도움으로써 마음의 충족(充足)을 얻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안겨 주려는 충동을 느끼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다르다.
말로만 짐을 날라다 주는 그러한 참새가 아니라,
자기 어깨와 등을 내밀음으로써 그 노인이 지고 가는
무거운 짐을 가져다 주면서 나누는 이야기에 자기의
피로도 잊어버리는 인간성의 진면목(眞面目)이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정 철은 좋은 것을 좋아하고, 나쁜 것을 싫어하는
원초적인 동심을 기초로 한 직선형(直線型)의
인간이었음을 이시조는 남김없이 보여 주고 있다.
더구나 높은 벼슬자리에 앉아서 나라의 경륜(經綸)을 펴던 그가 이만큼 평민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은 계급의식이 절대적이었던 당시로선 실로 찾아보기 힘든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아들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늙은 나이에 비지땀을
흘려가며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또 끌고 가는 노인의
모습. 정철은 이러한 광경 앞에서 어진 임금이 백성의
어려운 생활에 가슴을 앓듯이 어딘가 괴로운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것은 곧 자기의 슬픔이라고 즉각 단정하는 인간성,
말하자면 타인과 자기와의 사이에 별다른 거리를 느끼는 일없이 만인을 위한 만인의 감정, 그것이 인간의 감정이자 행동으로 알고 있는 정 철이었다.
이 작품 역시 훈민가 중의 하나이다.
어와 저 조카야 밥 없이 어찌 할고
어와 저 아자바 옷 없이 어찌 할고
머흔 일 다 일러사라 돌보고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