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의 힘♣
1989년 6월 30일,한국외국에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이던 임수정이 평양 세계천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
대표자협의회 대표로 방북해 46일 뒤 판문점을 통해 입국했다.
법정은 임수정이 평양의 기자회견 석상에서 쏟아놓은 말을 들으면서 착잡해했다.
덩시 학생운동권의 한 부류에서는 임수정을 가르켜 '통일의 꽃'이라 찬미했지만 법정은 그의 말에서 나온 말들에
놀랐다.
북한의 주장에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언동에 특히 아연해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머릿속에 스쳐가는 것은 그녀가 "그 어렵고 비정한 입시의 관문을거쳐 대학에 들어간 비교적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의식 있는 학생'이라는 데 있었다.
"그들은 어떤 별나라에서 떨어진 별종들이 아니고 우리 사회가 키워낸 우리 자녀들이다.그리고 앞으로 함께
살면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미래의 세대들이다.
그들이 어려서부터 배우고 익힌 학교교육이나 사화교육에 대해서, 그리고 인격 형성의 과정에 대해서 우리는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언동에 대해서 전가의 보도인 국가보안법이라는 올가미로 옭아 넣는 일만을 능사로 삼아서는 안된다.
그 원인을 캐 내어 근원부터 개선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고, 창조적인 교육의 목적에도
부합될 것이다."
법정은 그해 서울대 수석을 차지한 학생의 말에 우리나라 교육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더욱 확신했다.
그해 서울대 전체 수석을 한 학생은 중학교 2학년 때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을 읽은 것 말고는 읽은 책이 없었다.
오로지 교과서와 참고서만이 그가 쌓을 수 있는 지식과 교양의 전부였다.
교양 독서를 전혀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해 여름 아직 불일암에 머물고 있는 법정에게 '이상한 여자'들만 다녀갔던 것은 아니다.
'이상하거나 가슴 답답한 학생'들도 다녀갔다.
"몇 학년인가?"
"고3입니다." 법정은 고3이라는 말에 그 소년이 느끼고 있을 삶의 고통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렇다고 섣불리 처음 보는 이에게 먼저 고통에 대해 논하는 것도 우스워 그저 가만히 있었다.
"세상이 말세입니다." 법정은 소년의 말에 놀랐다.
"제겐 스승이 없습니다. 모두 지식만 전달 해줄뿐,삶에 대해 말해 주는 선생님은 없어요. 우리 세대는 숫자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고3수험생과 재수생을 합치면 1백만명이 넘는다고 하지요하지만 그중 몇명이나 대학에
가겠습니까? 70에서 80%는 둘러리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도 인생은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대학에 못간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 그저 패배자일 뿐이죠."
"....."
법정은 딱히 해 줄 말이 없어 그저 가만히 있었다.
이번에도 학생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선생님들 중 몇 명이 말하는 참교육이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교조 선생님들은 무슨 공산주의자들처럼 말하니,이거 세상이 이래서야 되겠씁니까?"
그럼 자네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법정은 어렵사리 한 가지를 물었다.
혼자 떠들고 있는 학생이 가엾기도 했고 그저 말이라도 하면서 마음의 위안이 될 시간이라도 가져보라는
의미에서였다.
" 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위대한 정치가가 되어 세상을 한번 뒤 바꿔놓고 말겠습니다."
법정은 웃었고 학생은 곧 떠났다. 그리고 불일암에서 마지막으러로 맞는 여름인 1991년에는 여자가 둘에 남자가
한 사람 낀 3인조가 불일암에 들어섰다.
연상의 여자들 사이에 끼어온 사나이가 말문을 열었다.
자기는 작년에 서울의 명문대 법학과를 작년에 졸업했다고 하면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 의논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법정이 불쑥 물었다.
"사법고시는 몇번이나 쳤어요." "네번 쳤습니다." "그러면 대학1학년 때부터 고시를 쳤단 말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네번 다 떨어졌겠군."
법정은 답답한 마음에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법정은 참을성 있게 다시 물었다.
"대학 4년 동안에 괴외독서는?"
"학교 교재 이외에는 단 한 권도 일지 않았씁니다." "아니 소설이나 시집 한 권 일지 않았단 말이요."
그런걸 읽을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법정이 보기에 착실하고 모범적인 법학도인 그는 음악이 우리 삶에 어떤 몫을 하는지.회화가 무엇인지도 관심밖이었다.
법학도의 최대 관심사는 오로지 사법고시에 붙는 일뿐이라고 했다.누굴 사랑해 본적이 있느냐고 법정이 넌지시물어보아도고시에 합격하고 나서의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무엇 때문에 사법고시는 보는거요." "지배하기 위해서입니다."
법정은 이말을 듣고 입을 다물었다. 그의 생활 환경이 어떤지,성장과정이 어떠했는지 법정은 더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 법학도는 사법고시에 절대로 합격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판 건사라는 그 자리를
빌어서 죄없는무고한 생사람을 얼마든지 때려잡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법정은 교육의 해답으로 이 땅의 어머니를 찾았다.
제도권의 교육인 학교 교육의 변화는 요원한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가족의 핵심인 어머니들이 인간다운 아이들을 세상에 내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세상에 가장 뛰어난 창조력을 지닌 이는 곧 어머니입니다. 생명을 가진 사람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우주의 생명력을 사랑으로 빚어 탄생시킵니다. 이런 창조의 힘을 지닌 어머니이므로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도 어머니의 차지가 되어야 합니다. 날로 살벌해 가는 세태를 보면서 어머니들의 영향력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가정의 중심은 더 말 할 것도 없이 어머니지요.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면 집에 훈기가 없습니다.
집은 아버지가 가꾸지만 집안은 어머니가 다스립니다.''
낳기만 한다면야 누군들 못하겠습니까. 제대로 기르고 가르쳐야 하기 대문에 어머니의 얼굴에 주름살이 지고
근심 걱정이 그칠 날 없겠지요. 어머니는 당초부터 어머니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됩니다.
한 사람의 어진 어머니는 백 사람의 교사에 견줄 만 하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의 밑에서 뛰어난 성인도 나오고 흉악한
도둑도 나옵니다. 그러니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분들도 그 원천을 다져보면
어머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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