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이야기 아침부터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내나무들이 고개를 드리우고, 간밤에 핀 달맞이꽃도 후줄근하게 젖어 있다. 이런 날은 극성스런 쇠찌르레기(새)도 울지 않고, 꾀꼬리며 밀화부리.뻐꾸기.산까치. 불새.휘파람새 소리도 뜸하다. 어제 해질녘, 비가 올 것 같아 장작과 잎나무를 좀 들였더니 내 몸도 뻐근하다. 오늘이 산중 절에서는 삭발 목욕날. 아랫절에 내려가 더운 물에 목욕을 하고 왔으면 싶은데, 내려갔다 올라오면 길섶의 이슬에 옷이 젖을 것이고 또 땀을 흘려야 할 걸 생각하니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솥에 물을 데워 우물가 욕실에서 끼얹고 말까보다. 숲속에서 살다보면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기분도 상쾌하여 사는 일 자체가 즐겁지만, 비가 오거나 바람이 거세게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