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한숨 쉬었다 가요.
사람들에게 치어 상처받고 눈물 날 때,
그토록 원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사랑하던 이가 떠나갈 때.
우리 그냥 쉬었다 가요.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친구를 만나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들,
서럽고 안타까웠던 이야기,
조근조근 다 해버리고 힘든 내 마음을
지탱하느라 애쓰는 내 몸을 위해
운동도 하고 찜질방도 가고 어렸을 때
좋아했던 떡볶이, 오뎅 다 사 먹어요.
평소에 잘 가지 않던 극장에도 가서 제일 웃긴
영화를 골라 미친듯이 가장 근 소리로 웃어도 보고
아름다운 음악, 내 마음을 이해해줄 것 같은 노래
쟁생하고 재생해서 듣고 또 들어봐요.
그래도 안 되면 병가내고 며칠 훌쩍 여행을 떠나요.
경춘선을 타고 순천으로 가도 좋고 땅끝마을의
아름다운 절 미황사를 가도 좋고 평소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봤던 곳, 그런 곳으로 혼자 떠나요.
그런 시간들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우리 기도해요.
종교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해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리고 용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해요.
그래야 내가 사니까, 그래야 또 내가
살아갈 수 있으니까 제발 용서하게 해달라고
아이처럼 조르세요.
힘들어하는 당신이 곧 나이기에 오늘도
그대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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