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꽃 마중 가듯 가시는 법정 스님 영전에

qhrwk 2022. 1. 13. 10:32

♣꽃마중 가듯 가시는 법정스님 영전에♣

 

 

삼월에 찾아오면 매화 꽃길을 따라
남녁의 어디쯤 꽃 마중을 가곤 하시더니
꽃들의 환한 배웅을 받으며 여여하게 가시는 님
엊그제 그리도 내리던 봄눈은
당신께서 마지막으로 하신 이별의 법문이었나 봅니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없는 길 ,가시는 그 길이
이번 생에 잠시 인연 맺은 흙과 물, 불과 바람의 요소들을 털고
가는 길이라해도
우주법계, 우리 사는 세상의 마음마다
환희 밝힐 촛불 올리며
당신 앞에 가만히 두 손 모읍니다.

 

 

당신이 항상 곁에 있었음을 알면서도
직접 당신을 뵈온 날이 아련합니다.
하지만 사바의 사람들에게 깨달음에 이르는 나룻배가 되어
밝고 투명한 불성의 빛 속에 의지가
되어 주신 날들을 기억합니다.

 

 

무소유의 글귀마다
비움의 삶을 배우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며
자신과 불법에 의지해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워야 한다는 말씀에
이 봄날 우리는 어떤 꽃과 잎을 피워야 하는지 말을
잊지 못할 뿐 입니다.

 

 

스님 어디쯤 가고 계십니까?
봄이 와사 꽃이 피는게 아니라 꽃이 펴서 봄이 잇고
절이 있어 수행이 있는게 아니라 수행이 있어 절이 잇다고 하셨으니
중생이 있어 그 수 없는 중생의 곁으로 다시 오시는
그 모습을 꿈결인 듯 뵙고 싶습니다.

 


눈부신 봄날 다시 만나 반갑다고
또 다시 언젠가는 이 자리를 비울 만남이니
그래서 더 고맙고 다행스럽다고 하시곘지요.
매화꽃이 만개한 날 당신이 돌아오실 것을 기다리며
매화꽃 한 잎 한 잎 피어나 가시는 길 밝힙니다.

 

-최명숙 님-맑고 향기롭게 6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