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칙 여자출정(女子出定) - 삼매에서 깨우다
세존께서 계시던 때 문수가 모든 부처님 모인 곳에 이르니 모든 부처님께서
각기 본래 처소로 돌아갔는데 다만 한 여인만이 부처님 가까이에서 삼매에 들어 있었다.
이에 문수가 부처님께 물었다.
“왜 여인은 부처님 가까이 있는데 저는 그렇지 못합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하였다.
“이 여인을 삼매로부터 깨워 그대가 직접 물어라.”
문수가 여인을 세 번 돌고 손가락을 한 번 탁 퉁겨서 범천(梵天)에 이르러
그 신통력을 다해도 깨울 수 없었다.
세존께서 말하였다.
“가령 백천의 문수라도 이 여인을 정(定)에서 나오게 하지는 못하리라.
아래로 12억이란 모래 수와 같은 국토를 지나 망명(罔明)보살이 있는데
그가 능히 이 여인을 정에서 나오게 할 것이다. ”
잠깐 사이에 망명 보살이 땅에서 솟아 나와서 세존께 예배를 하였다.
세존께서 망명에게 명을 내려 망명이 여인 앞에 이르러 손가락을 한 번 퉁기자
여인이 정에서 깨어났다.
[평창]
석가 늙은이가 일장의 잡극을 연출했으나 조금도 통하지 못했다. 일러 보라.
문수보살은 일곱 부처의 스승이거늘 왜 이 여인을 정에서 나오게 할 수 없었으며
망명은 초지(初地)의 보살인데 어 째서 나오게 할 수 있었는가?
만약 이에 대하여 바로 보아 친하면 망망한 업식(業識)이 용왕의 위대한 선정을 이루리라.
<송>
깨우든 못 깨우든
그 놈의 자유다.
귀신 머리 귀신 낯이여
허물 그대로 풍류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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