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일장(山靜日長)
山靜似太古 日長如小年
余家深山之中 每春夏之交
蒼蘚盈? 落花滿徑
門無剝啄 松影參差
禽聲上下 午睡初足
旋汲山泉 拾松枝 煮苦茗?之
隨意讀周易 國風 左氏傳 離騷 太史公書 及陶杜詩 韓蘇文數篇
從容步山徑 撫松竹
與?犢 共偃息於長林豊草間
坐弄流泉 漱齒濯足
旣歸竹?下 則山妻稚子 作筍蕨 供麥飯 欣然一飽
弄筆?間 隨大小作數十字
展所藏法帖 墨跡 畵卷 縱觀之
興到則吟小詩 或艸玉露一兩段 再烹苦茗一杯
出步溪邊 邂逅園翁溪友 問桑麻說?稻
量晴校雨 探節數時 相與劇談一餉
歸而倚杖柴門之下 則夕陽在山
紫翠萬狀 變幻頃刻 恍可人目
牛背笛聲 兩兩來歸 而月印前溪矣
(산정사태고 일장여소년
여가심산지중 매춘하지교
창선영계 낙화만경
문무박탁 송영참치
금성상하 오수초족
선급산천 습송지 자고명철지
수의독주역 국풍 좌씨전 이소 태사공서 급도두시 한소문수편
종용보산경 무송죽
여미독 공언식어장림풍초간
좌롱유천 수치탁족
기귀죽창하 즉산처치자 작순궐 공맥반 흔연일포
농필창간 수대소작수십자
전소장법첩 묵적 화권 종관지
흥도즉음소시 혹초옥로일양단 재팽고명일배
출보계변 해후원옹계우 문상마설갱도
양청교우 탐절수시 상여극담일향
귀이의장시문지하 즉석양재산
자취만상 변환경각 황가인목
우배적성 양양래귀 이월인전계의)
산은 태고인양 고요하고 해는 소년처럼 길기도 하네
내 집은 깊은 산 속에 있어 매년 봄이 가고 여름이 올 때면
푸른 이끼 섬돌에 차오르고 떨어진 꽃잎 길바닥에 가득하네
찾아와 문 두드리는 사람 없고 소나무 그림자 들쑥날쑥한데
새 소리 위 아래로 오르내릴 제 낮잠이 막 깊이 드네
돌아가 산골 샘물 긷고 솔가지 주어와 쓴 차를 끓여 마시네
내키는 대로 ≪주역(周易)≫, ≪국풍(國風)≫, ≪좌씨전(左氏傳)≫,
≪이소(離騷)≫, ≪사기(史記)≫, 도연명(陶淵明)과 두보(杜甫)의 시,
한유(韓愈)와 소동파(蘇東坡)의 문장 몇 편을 읽네
한가로이 오솔길을 거닐며 소나무·대나무를 쓰다듬고
새끼사슴·송아지와 더불어 긴 숲, 우거진 풀 사이에 누워 쉬기도 하고
흐르는 시냇가에 앉아 찰랑이며 양치질도 하고 발도 씻는다네
대나무 그늘진 창 아래로 돌아오면 촌티 나는 아내와 자식들이
죽순과 고사리 반찬에 보리밥 지어내니 기쁜 마음으로 배불리 먹는다네
창가에 앉아 글씨를 쓰되 크기에 따라 수십 자를 써보기도 하고
간직한 법첩(法帖)·필적(筆跡)·화권(畵卷)을 펴놓고 이리저리 보다가
흥이 나면 짤막한 시도 읊조리고 옥로시 한 두 단락 초잡기도 하네
다시 쓴 차 달여 한 잔 마시고 집밖으로 나가 시냇가를 걷다보면
밭둑의 노인이나 냇가의 벗들과 만나
뽕나무와 삼베 농사를 묻고 벼농사를 얘기하네
날이 개거나 비 올지도 모른다는 얘기 주고받다가
돌아와 지팡이에 기대어 사립문 아래 서니 석양은 서산에 걸려 있고
자줏빛·푸른빛이 온갖 형상으로 문득 변하여 사람의 눈을 황홀하게 하지
소 잔등에서 피리 불며 짝지어 돌아올 때면
달빛은 앞 시냇물에 뚜렷이 떠오른다네
☞ 당경(唐庚/北宋), <산정일장(山靜日長)>
- 이 글은 일명 <옥로일단(玉露一段)>, <산거술사(山居述事)> 또는 <산당기(山堂記)>라고도 한다.
- ?犢: 새끼 사슴과 송아지
- ?稻: 메벼 또는 멥쌀(粳稻)
-玉露: <학림옥로(鶴林玉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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