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남의 둥지에 자신의 새끼를 놓고 가는 뻐꾸기

qhrwk 2022. 3. 10. 08:50

남의 둥지에 자신의 새끼를 놓고가는 뻐꾸기,
숙주새의 사랑에 의지하다  

 



뻐꾸기 두견새 검은등뻐꾸기 벙어리뻐꾸기 등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새들을 ‘탁란조’라고 하며, 
이들의 알을 품어 부화시키고 기르는 새를 ‘숙주’라고 부른다. 이 숙주새들은 붉은머리오목눈이 개개비 
산솔새 딱새 휘파람새 등으로 여러 종이 뻐꾸기의 탁란에 이용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 눈에 
제일 많이 발견되는 종으로는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를 들 수 있다.

뱁새는 대개 다섯 개 내외의 알을 낳는다. 그리고 부화하기 위해 알을 품기 시작한다. 
어미 뻐꾸기는 뱁새의 둥지를 호시탐탐 엿보다가 둥지를 비운 순간 알 한 개를 먹어버린 후
자신의 알을 낳아 채워 넣는 것이다.
뱁새가 부화하는 기간은 13~14일 내외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뻐꾸기 새끼는 11~12일 내외로 뱁새보다 하루 이틀 빨리 부화하여, 둥지 안의 모든 알이나 
새끼들

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버리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뻐꾸기 새끼는 부화한지 3일 이내에 뱁새의 새끼들이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뻐꾸기 새끼는 부화하여 눈도 뜨기 전에 거의 본능적으로 둥지의 모든 알을 밀어낸다. 
또 알을 밀어내기에 안성맞춤처럼 등이 굽어져 있다는 것도 참으로 기이하다.
대부분 새들이나 동물들은 번식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그리고 자기 새끼에 대한 애착도 강하여 지키고 보호하려고 애를 쓴다. 
이것은 하나님이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주신 본능이라고 생각한다(창1:22, 28). 
그런데 탁란을 하는 뻐꾸기에게는 어찌 자신의 새끼를 길러내는 기능이 없는지 안타깝기도 하다.

필자는 예레미야 17장 11절에 나오는 자고새와 뻐꾸기가 서로 반대되는 성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자고새는 남의 알을 품는 습성이 있으며, 거꾸로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남의 둥지에 탁란하는 습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뻐꾸기를 비롯한 두견이과 새들의 탁란 행위를 인간적 윤리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한없이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으로는 뱁새 둥지의 5% 이상은 탁란조(두견이과 새들)에게 희생 당한다고 하는데 
정확한 통계인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해마다 많은 두견이과 새들이 탁란을 통하여 자기 종족을 번성시키고 이어간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야생의 단면들을 지켜보면서 무엇을 깨닫고 느끼게 되는가?
탁란하는 조류들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하는 새들일까, 아니면 이렇게 해서라도 번식하여 생존하여야 
될 새들일까?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뻐꾸기의 잔인성에 대한 이야기보다, 자신의 새끼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뻐꾸기 새끼를 길러내는 숙주새의 희생과 헌신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사실 어떤 새들은 뻐꾸기가 자신의 둥지에 알을 낳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둥지를 포기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뻐꾸기 알을 한 번 품기 시작한 뱁새는 앞에서 설명했던 둥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
자신의 알과 새끼를 뻐꾸기 새끼가 둥지 밖으로 밀어내는 일)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스스로 온갖 희생을 
감내하면서 끝까지 뻐꾸기 새끼를 길러낸다.

게다가 뱁새는 뻐꾸기 새끼를 마치 자신의 새끼처럼 키운다. 
뻐꾸기 새끼는 뱁새 어미에게 20~23일 정도 먹이를 받아먹고 둥지를 떠난다고 한다. 
둥지를 떠난 후에도 10일 정도 더 양육을 받는다.
뻐꾸기 새끼는 나중에 뱁새 어미보다 몸집이 훨씬 더 커져버린다. 
뱁새의 작은 둥지는 찢어지고 뻐꾸기 새끼가 주둥이를 벌리면 뱁새 어미까지도 삼킬 듯이 보인다. 
뱁새 어미가 너무나 커버린 뻐꾸기 새끼의 머리 위까지 올라가서 적극적으로 먹이를 먹여 양육하는 모습을 
필자는 관찰한 적이 있다.
이처럼 숙주새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탁란조들은 종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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