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계율의 강물’에 목욕하라
오랜 세월 절에 다니면서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고 행동 또한 선하지 않다면
‘엉터리 불자’ 아니겠는가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이 대중들을 위해 설법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강측(江側)이라는 바라문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부처님보다 더 청정하고 훌륭하다.
부처님은 좋은 음식에 맛있는 반찬을 공양 받고 살지만 나는 거친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강측 바라문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어떤 사람은 21가지 번뇌로써 마음이 더러워져 있다. 어떤 것이 21가지 번뇌인가.
성내는 마음, 해치려는 마음, 가라앉은 마음, 들뜬 마음, 의심하는 마음, 화내는 마음,
꺼리는 마음, 번민하는 마음, 시기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 스스로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
남에게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 허황한 마음, 간사한 마음, 거짓 마음, 다투는 마음,
교만한 마음, 거만한 마음, 뛰어난 체 하는 마음, 질투하는 마음, 탐하는 마음 등이 그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런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반드시 나쁜 곳에 떨어질 것이다.
그것은 마치 흰 천으로 만든 새 옷이 더러움에 물들어서 그것에 파랑 노랑 빨강 검정의
색깔로 물을 들이려 하나 그렇게 안 되는 것과 같다.
그러나 나의 제자로서 삼매의 힘으로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21가지 번뇌를 버리면 그는
반드시 해탈의 지혜를 얻어 윤회의 바퀴에서 벗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마음을 깨끗하게 했으므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인한 나쁜 행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설법이 듣고도 그는 아직 깨우치지 못했다.
도리어 부처님에게 손타리강으로 가서 목욕을 하자고 했다.
‘손타리 강은 복을 주는 강이요 광명을 주는 강이므로 거기서 목욕을 하면 모든 죄악이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을 지내오는 동안 강물에 가서 목욕을 하고 작은 연못에서도 한다.
이렇게 다 목욕을 즐기지만 남몰래 더러운 짓을 한다면. 묵은 죄가 온몸에 가득할 것이니
어떻게 강물이 그의 죄를 씻어줄 것인가.
그러나 계율을 잘 지켜 깨끗한 사람은 언제나 깨끗한 행동을 하나니 그는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다. 주지 않는 것은 갖지 않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죽이지 않으며 진실을
지켜 거짓이 없으면 그것이 진정으로 깨끗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그대는 ‘계율의 강물’에 목욕을 하라 그러면 반드시 편하고 아늑하게 되리니
구태여 강물에 갈 필요가 없다.”
바라문은 부처님을 찬탄하며 제자가 되기를 원했다.
“부처님. 부처님의 설법은 꼽추가 등을 펴고, 장님이 눈을 뜨며, 헤매는 이에게 길을
일러주며, 어두운 방에 등불을 켜듯이 저를 가르쳐주셨나이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소서.” 그는 수행자가 되어 위없는 범행을 닦아 윤회에서 해탈했다.
그래서 강측 바라문은 강측 아라한으로 불렸다.
증일아함 제6권 ‘이양품(利養品)’ 제5경
보름마다 절에 가서 불공하고 법문 듣는 사람과 안한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 30년쯤 절에 다닌 사람과 법당 문턱도 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만약 아무런 차이가 없다면 우리는 엉터리로 불교를 신행해온 것이 틀림없다.
불교는 형식보다는 내용을 중시하는 종교다.
절에 다니면서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고 행동이 선하지 않다면 그는 ‘엉터리 불자’다.
이 멍에를 벗으려면 ‘계율의 강물’에 목욕해야 한다.
그래서 손톱이라도 광대뼈라도, 아니면 최소한 눈썹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불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사성/ 불교방송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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