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아집을 버리고 정견을 따르라
부처님이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했다.
“수행자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그들은 공경하고 높임을 받을 만하다.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 믿음을 가진 사람, 법을 받드는 사람, 몸으로 증득하는 사람, 지혜가
밝은 사람이다.
믿음을 가진 사람이란 훌륭한 사람의 가르침을 받으면 독실하게 믿는 마음을 내서
의심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굳은 믿음이 있으며, 또한 훌륭한 아라한의 말을 믿는다.
결코 자기 소견이나 지혜에만 의지해 맡기지 않는다.
"바른 소견과 지혜를 가져라" 상식과 정견 지녀야 불교인 가르침 받으면 믿음을 내고
수행자는 망상 피우지 말아야 법을 받드는 사람이란 사람에 의지하기보다는 법에
의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항상 누가 말을 하면 ‘업보란 있는가, 없는가’ ‘이것이 진실한 법인가,
허망한 것인가’ ‘이것은 여래의 말이요 법인가, 그렇지 않은가’를 관찰한다.
그리하여 여래의 법인 줄 알면 받들어 가지지만 외도의 말이면 떠난다.
몸으로 증득한 사람이란 자기 몸으로 증득한 것만을 법으로 믿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남을 믿지 않고 여래의 말도 믿지 않으며 모든 존자의 가르침도 믿지 않는다.
다만 자기가 증득한 것만을 믿는다.
지혜가 밝은 사람이란 세 가지 결박을 끊고 수다원과에서 물러나지 않는 법을 성취한
사람을 말한다.
그는 ‘보시의 공덕도 있고, 선악의 갚음도 있으며, 이승도 저승도 있으며, 부모도 있으며,
아라한의 가르침을 받는 이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몸으로 믿고 증득해 스스로 편한 상태에 머물면서 지혜로써 교화한다.
“수행자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네 종류의 수행자다.
그대들은 이중에서 다른 셋은 버리더라도 몸으로 증득해 지혜를 얻는 법을 닦도록 하라.”
〈증일아함경〉 제19권 등취사제품(等趣四諦品) 제10경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이 말은 전 조계종 종정 성철(性徹)스님이 종정으로 취임하면서
내린 법어 중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이 말은 원래 중국의 선사들이 했던 말이다.
운문선사의 어록을 모아놓은 〈운문록〉 상권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
제방의 수행자들이여. 망상을 피우지 말라. 하늘은 하늘, 땅은 땅, 산은 산, 물은 물, 수행자는
수행자, 속인은 속인이다.(諸和尙子 莫妄想 天是天 地是地,
山是山 水是水, 僧是僧 俗是俗).” 또 〈속전등록〉 22권 청원유신(靑原惟信)선사
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이 노승이 30년 전 참선을 하기 이전에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인 것(山是山 水是水)’으로
보였다. 그 뒤 어진 스님을 만나 깨침의 문턱에 들어서고 보니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
(山不是山 水不是水).’ 그러나 마침내 진실로 깨치고 보니, ‘산은 역시 산이고,
물은 역시 물이었다.(山是山 水是水)’.” 이 법어의 뜻을 좀 더 단순화시켜 해석하면 상식과
정견을 따르라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만사를 너무 굴절시켜 해석하는데 익숙하다.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자연현상으로 이해하지 않고 누가 죽을 괘로 해석한다.
모든 것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바라보니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선사들은 이런 엉터리들을 향해 간명직절한 설법을 한다.
상식과 정견(正見)으로 볼 줄 아는 것이 불교인이요 수행자라는 것이다.
이 경에서 부처님이 ‘바른 소견과 지혜를 가지라’고 한 것이나, 선사들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한 말씀에는 일호의 괴리도 없다.
한 가지 우려되는 일이 있기는 하다.
이런 어줍지 않은 해설이야말로 혹시 산을 물이라고 우기는 망견이 아닐지 하는 걱정이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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