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수행자의 겉과 속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이 많은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설법을 하고 있는데 파세나디(波斯匿) 왕이
찾아왔다.
왕은 부처님에게 예배하고 한쪽 옆에 앉았다.
그때 마침 일곱 명의 나간타와, 일곱 명의 옷을 입지 않은 수행자와, 일곱 명의 검은 범지와,
일곱 명의 옷을 입지 않은 바라문이 멀지 않은 곳에서 지나가고 있었다.
왕은 이들을 보고 부처님에게 칭찬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저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모두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알며 살아가는 사람들
같습니다. 저는 이 세상의 아라한 중에 저들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들은 집을 나와 직업도 갖지 않고 고행을 닦으면서 세상의 이익을 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왕의 칭찬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왕께서는 어떤 사람이 참된 아라한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옷을 벗고 다닌다고 참된 수행자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저것은 진실한
수행이 아닙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말해줄 테니 잘 듣고 친할 사람은 친하고,
가까이 할 사람을 가까이 하십시오.”
겉으로만 ‘자비 진리’ 말하면수행 흉내 내도 불쌍한 사람 겉과 속 다르지 않아야
‘훌륭’뒤돌아서 못된 짓 하면 안돼 부처님은 파세나디 왕에게 지난 날 일곱 명의 범지들이
수행할 때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어느 때 범지들은 풀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무 열매를 따먹으면서 도를 닦았는데 그들의 목적은
이런 것이었다.
즉 ‘고행을 한 덕으로 뒷날 큰 나라의 왕이 되거나 혹은 제석천이나 사천왕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삿된 생각으로 수행하던 범지들이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앞에서 걸어가는 아시타라는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노인의 걸음이 빠르지 못해 길을 방해하자 그들은 화를 내며 이렇게 저주의 말을 했다.
“어떤 건방진 사람이 앞을 가로막는가. 지금 주문을 외워 저 사람을 재로 만들리라.”
그러나 그들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재가 되지 않았다.
왜냐 하면 자비로운 마음은 성내는 마음을 이기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들을 불쌍하게 여겨서 이렇게 말해 주었다.
“마음속에 여러 가지 나쁜 생각이 있으면서 겉모양만 수행자인 척 검소하구나.
그러나 그대들은 설사 벌거벗은 몸으로 고행을 한다고 해도 천상에 태어날 수는 없다.
천상에 태어나고 싶으면 부지런히 바른 소견을 닦고 마음을 잘 거두어 써야 한다.
마음으로 계율을 지켜 행을 깨끗하게 하고 입으로도 그와 같이 하며 나쁜 생각에서 멀리 떠나야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
결코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면 천상에 태어날 수 없다.”
여기까지 말한 부처님은 다시 파세나디 왕을 위해 이렇게 가르쳤다.
“옷을 벗고 고행을 한다고 해서 다 아라한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통과 습관이라고 해서 고행을 훌륭한 수행이라고 보면 안 됩니다.
겉보다는 속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 증일아함 35권 칠일품(七日品) 제9경
훌륭한 종교인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
남 앞에서는 거룩한 척하다가 돌아서면 온갖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은 참된 종교인이 아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왠지 구역질이 난다.
불자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겉으로는 자비와 진리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남을 해코지하고 못살게 구는 것을 업으로 삼는다.
그는 아무리 수행자 흉내를 내도 죄만 짓는 불쌍한 사람일뿐이다.
서산대사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그런 사이비들을 이렇게 꾸짖었다.
“수행자도 속인도 아닌 자를 ‘박쥐중(鳥鼠僧)’
설법하지 못하는 자를 ‘벙어리 염소중(啞羊僧)’
수행자 탈을 갖추고 속인처럼 마음 쓰는 자를 ‘대머리 거사(禿居士)’
지은 죄가 중함에도 고치지 않는 자를 ‘지옥 찌꺼기(地獄滓)’
부처님을 팔아 생을 이어가는 것을 ‘가사 입은 도둑(被袈裟賊)’이라 한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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