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불교의 시간론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생루(生漏) 바라문이 찾아와 시간에 관한 문제를 여쭈었다.
“과거에는 몇 겁(劫)이 있었습니까?”
“과거의 겁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느니라.”
“부처님께서는 항상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를 말씀하십니다.
부처님께서는 삼세를 아시는 분이십니다. 원컨대 삼세의 겁수(劫數)에 대해
가르쳐주옵소서.”
“만일 현재의 겁에서 시작해서 다시 다음다음의 겁을 설명하려면 내가 죽고
네가 목숨을 마치더라도 그 겁수의 이치는 다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사람의 수명이 매우 짧아서 한껏 살아야 1백년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백 년 동안 겁을 센다고 하더라도 다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그러나 바라문이여 알라. 여래는 지혜가 있어서 그 겁수를 분별하고, 중생들의 수명이 길기와
짧기, 그리고 어떤 고락을 받을 지를 안다.
이제 너를 위해 비유로써 말하리라. 저 갠지스 강의 모래알 수는 한량이 없어서
계산할 수 없는 것처럼 과거의 겁수도 그와 같아서 다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그러면 미래의 겁수는 얼마나 되나이까?”
“그것도 갠지스 강의 모래알 수와 같아서 한량이 없고 다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그러면 현재의 겁에는 이루어지는 겁(成劫)이 있고 무너지는 겁(壞劫)이 있나이까?”
“이루어지는 겁도 있고 무너지는 겁도 있다. 그것은 1겁이나 100겁 정도가 아니다.
마치 그릇이 위태로운 자리에 있으면 끝내 가만히 머무르지 않고 무너지는 것처럼
세계의 모든 경계도 그와 같다.
즉 이루어지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여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왜 그러냐 하면 생사의 길은 멀고 멀어서 그 끝이 없기 때문이다.
중생은 무명과 번뇌로 말미암아 이승에서 저승으로, 저승에서 이승으로
떠돌아다니면서 긴 밤 동안 고통을 받는다. 그러므로 그것을 싫어하고
거기서 떠나도록 수행을 해야 하느니라.”
- <증일아함 48권 예삼보품(禮三寶品) 제9경>
삼세의 劫數는 얼마나 됩니까 갠지스 강 모래알처럼 많구나
숫자론 도저히 표현할 수 없어 아승지겁 ‘최고’…최단은 ‘찰나’
겁(劫)이란 범어 kalpa를 음역한 말로 뜻으로 바꾸면 긴 시간 즉 대시(大時)라고 한다.
1겁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는 숫자로는 도저히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겨자씨나 반석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를 겨자겁(芥子劫) 또는
반석겁(磐石劫)이라 한다.
개자겁은 1변이 1유순이 되는 입방체로 된 성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그것을
100년에 1개씩 꺼내서 다 없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1유순은 사람이 하루 종일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로 약 1백리 정도의 길이다.
또 반석겁이란 1변이 1유순이 되는 입방체의 큰 바위가 있는데 1백년에 한 번씩
날아온 학이 날개를 스쳐서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을 말한다.
이와 같이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도 대겁(大劫)에 비하면 태양아래 반딧불 같이
보잘것없는 시간에 불과하다. 대겁은 앞에서 말한 소겁(1겁)이 80개가 모인 시간이다.
그러나 이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아승지겁(阿僧祇劫)이다.
아승지란 1,10,100,1000 하고 세어서 60번째에 해당하는 수위명(數位名)이다.
아승지겁이란 대겁을 이승지로 곱한 시간이다.
겁처럼 긴 시간이 있는가 하면 찰나(刹那=kasana)처럼 짧은 시간도 있다.
찰나는 극히 짧은 순간을 말하는데 현대의 시간으로 대략 계산해보면 75분의 1초
정도 된다고 한다.
불교에서 긴 시간은 생사윤회와 고통의 길이 멀고도 길다는 것을 깨우쳐주기 것이다.
반대로 짧은 시간은 우리가 집착하는 인생이란 번갯불보다 순간적이고
무상하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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