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대(元代) 화가 조맹부(趙孟?)의 <桃源仙境圖>
화도연명의고(和陶淵明擬古)
有客叩我門 繫馬門前柳
유객고아문 계마문전류
길손 있어 내 집 문 두드리고
문 앞 버드나무에 말을 메네
庭空鳥雀? 門閉客立久
정공조작조 문폐객립구
뜨락은 비어 작은 새 지저귀고
문 닫혀있어 길손은 오래 서있네
主人枕書臥 夢我平生友
주인침서와 몽아평생우
주인은 책을 베고 누워
평생의 벗을 꿈꾸네
忽聞剝啄聲 驚散一杯酒
홀문박탁성 경산일배주
문득 문 두드리는 소리 들려
놀라 한 잔 술 흩뜨려버렸네
倒裳起謝客 夢覺兩愧負
도상기사객 몽각양괴부
옷 뒤집어 입고 일어나 길손에게 사과하고
꿈에서 깨니 둘 다 겸연쩍어하네
坐談雜今古 不答顔愈厚
좌담잡금고 부답안유후
앉아 이런저런 고금의 얘기 주고받는데
답을 못하니 얼굴은 갈수록 두꺼워지네
問我何處來 我來無何有
문아하처래 아래무하유
어디서 왔느냐고 묻길래
어디에도 없는 곳에서 왔다고 했지
소식(蘇軾/北宋), <화도연명의고(和陶淵明擬古)> (九首其一)
剝啄: (문 열어달라고) 똑똑 두드림.
- 무하유(無何有)/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직역하면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니
곧 인간의 이상향을 말한다.
중국 고대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질민국(?民國), 도연명(陶淵明)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그린 무릉도원(武陵桃源), 이백(李白)이 <산중문답(山中問答)>
에서 읊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호중천
(壺中天, 壺天)이 그런 부류다.
또한 황제(黃帝)가 꿈꾼 화서(華胥) 또는 화서국(華胥國), 열자(列子)가 말하는 종북(終北),
노자(老子)의 소국과민(小國寡民), 장자(莊子)의 건덕(建德)도 마찬가지다.
중국 산수화론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종병(宗炳)의 <화산수서(畵山水序)>에 나오는
무인지야(無人之野: 인위가 배제된 이상향)도 비슷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겠다.
우리 옛 문헌이나 설화 속에서도 그 자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청학동, 우복동, 율도국, 이어도, 청산도, 태평동(太平洞), 오복동(五福洞), 회산선계(檜山仙界),
화룡굴(化龍窟), 단구(丹邱), 이화동(梨花洞), 산도원(山桃源) 등이 그런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를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Utopia 라는 단어가 가장 적확하게 어울릴 것이다.
※ 구영(仇英)의 <桃源仙境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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