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이 잘 안될 때는 ♣
아마도 지금쯤이 되면 대부분의 법우님들이 수행이 잘 되고 있거나, 수행이 잘 안되고 있거나
하는 분별을 하면서 잘 될 때 기뻐하고, 잘 안 될 때 짜증도 내고 할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행을 하는 이유는 수행을 잘 하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수행은 잘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잘 하려는 마음으로, 수행 잘 하고 싶은 바램으로 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요.
즉, 수행 잘 되는 때와 수행이 잘 안 되는 때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나누게 되면 수행 잘 될 때는 기쁨에 겨울 것이지만, 수행이 안 될 때는 슬픔에 잠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때부터 우리는 '수행'이라는 것에 휘둘리게 됩니다.
수행이 잘 되고 안 되는데 따라 울고 웃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수행 잘 된다고 생각할 때 정말 우리는 수행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 참 수행 잘 된다'고 했다면 그 사람의 수행은 아직 많이 덜 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수행 잘 안 된다'고 하는 것 또한 아직 덜 되었다는 말입니다.
물론 저 또한 이렇게 수행 덜 되었다는 표현을 쓰게 되어서 유감이지만요...
다만 매 순간 순간 지켜보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 '잘 되는 때', '안 되는 때' 그 '때'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면 됩니다.
대비주를 외면서도 집중이 안 되고 하기 싫은 마음도 자꾸만 생기고 진도도 안 나가고
명확하게 또박또박 독송되지도 않고 그런 상황이라면 아주 중요한 수행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고, 아주 중요한 공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잘 안 된다'고 느끼는 그 생각, 그 분별을 잘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잘 안 된다'는 생각이 일어났다는 것은 '수행 잘 안 되는 바로 이 상황'에 화를 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잘 안 된다'는 생각을 잘 관찰하면 그 안에 있는 '화'를 깨닫게 됩니다.
또 더 나아가 그 화, 분노까지도 잘 관찰하게 되면 '나'라는 존재가 그 이유인
것까지 알게 됩니다.
'나'라는 것을 내세우기 때문에, 즉 아상이 있기 때문에 '내가 수행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일어나고 마음대로 잘 안 되기 때문에 '화', '분노'가 일어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관찰하면서 스스로 '분노'를 찾으려 하거나, '나'라는 아상을 찾으려고
애쓸 것은 없습니다.
다만 미세한 생각, 마음, 느낌, 변화 등 내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체 모든 것을 마치
거울이 모든 것을 있는 대로 비추듯이 그저 그렇게 비추기만 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비추어 보는 것이야말로 정말 수행 잘 하고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즉, 수행 잘 하는 때와 수행 잘 못 하는 때를 나누지 말고 그런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다만
'수행이 잘 안됨' 하고 느끼는 그 느낌과 생각을 판단하지 말고 지켜보기만 하라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이 잘 될 때는 잘 된다고 비추어 보면서 가면 되고,잘 안 될 때는 잘 안
된다고 비추어 보면서 가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 '수행 잘 되니 좋다'거나, '수행 안 되니
나쁘다'거나 하는 분별과 판단을 붙이지는 말라는 말입니다.
대비주 독송을 하는 이유도 대비주 독송을 하는 그 순간에 아무런 판단과 분별을 하지 말고
다만 묵묵히 고요히 비추어 보라는 의미인 것이라는 점을 잘 알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니 '독송 잘 안 될 때'도 잘 될 때 처럼 그냥 하면 되는 것입니다.
비추면서 '그냥' 하면 되는 것입니다. 잘 안 되니까 하기 싫은 바로 그 마음을 비추어 보는
것이야말로 대비주 독송의 공덕이 참 빛을 보는 때인 것입니다.
수행력이 증장하는 때이고 대비주 수행이 잘 되고 있는 때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하면 되는 것입니다. 분별하지 말고...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수행은 차별심을
놓아버리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고 나아가셔야 하겠습니다.
남보다 내가 좀 뒤져가고 있다고 차별하고 분별하여 남보다 잘 가고 있을 때는 기뻐하고, 남보다
못 하고 있을 때는 슬퍼하며 좌절하는 그런 양 극단의 마음을 놓아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중도의 수행이지요. 다른 법우님들은 벌써 2000독 하고, 3000독 했는데 나는 뭣 하고
있는가 하고 나누면서 비교 우위와 열등에 울고 웃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좋은 동반자고 도반이며 길벗으로 아직 100독도 못 하신 분들이나, 벌써 3000독도 넘게
하신 분들이나, 모두가 제 몫으로써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근기만큼 잘 가고 있는 것입니다.
빨리 한다고 더 좋은 것이 아니고, 늦게 한다고 더 나쁜 것이 아닙니다.
1만독 대비주 수행은 서로 경쟁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오직 '지금 이 순간' 보다 깨어있는 정신을 가지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많이 했나 하는 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얼마나 깨어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많이 했다거나, 적게 했다거나 하는 생각은 과거에 내가 너무 못했다는 생각, 혹은 미래에
언제까지 다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 혹은 과거와 미래를 견주어 또 나와 상대를 견주어
차별하는 것 밖에 되지 못합니다.
그러니 수행일기를 쓰면서도 아직 200독도 못하였다고 쓰기를 망설이거나, 남부끄러워할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3000독을 하였더라도 혹은 100독 밖에 못 하였더라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대비주 독송이라는 방편 수행 안에서 내가 깨어있는가 하는 점이라는 것을
보다 깊이 이해하시기를 바랍니다.
법우님들의 대비주 수행에 법계의 큰 빛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 광명 안에서 빛으로 하나가 되도록 합시다.
[자료출처 : 목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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