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구도자의 질문
2. 불교의 이상은 인간의 범주에 머물러야 합니까, 아니면 초월해야 합니까?
불교에서 볼 때에는 생멸 즉 진여이며, 따라서 현실이 절대이므로 번뇌 즉 보리(菩提)이며,
중생 즉 부처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본래 일체를 초월하여 일체를 구족(具足)한 절대적
존재이니 다시 초월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불타가 출현한 것은 중생이 본래 부처임을 전하는 것뿐이요,
중생을 제불로 변성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비유하자면, 진금(眞金)을 어떤 사람이 착각하여 황토로 오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진금을 아무리 오인하여 황토라 호칭하여 사용하여도 진금은 변함없이 진금
그대로입니다. 그러니 진금을 다시 구할 것이 아니요, 오인된 착각 즉 망견(妄見)만
시정하면 진금 그대로입니다.
이와 같이 일시적 착각으로 본래 진불(眞佛)을 중생으로 가칭하여 중생으로
행동하여도 진불은 변함 없으므로 불용구진(不用求眞)이요, 유수식견(唯須息見)하라.
즉 진(眞)을 구하지 말고 오직 망견(妄見)만 제거하면 됩니다.
이렇게 중생이 진불(眞佛)이며, 사바(娑婆)가 즉 정토(淨土)이며, 현실(現實)이 즉
절대(絶對)입니다. 그러니 누구든지 편협한 망견을 고집하여 겨울의 얼음을 모르는
여름의 하루살이가 되지 말고 본래시불(本來是佛)의 진(眞)소식을 개오(開悟)
하여야 합니다.
비로자나불의 이마 위 사람이 (毘盧頂上人)십자가두에 섰도다. (十字街頭立)
3. 진정한 뜻에 있어 인간회복은 무엇입니까?
인간은 본래 일체를 초월하고 일체를 구족(具足)한 절대적 존재이니 이것을
본래시불(本來是佛)이라 합니다. 이 본래시불을 중생으로 착각하여 중생이라
가칭하며 중생으로 행동하고 있으니, 이 망견을 버리고 본래불(本來佛)인
인간면목을 확인하는 것이 인간회복입니다.
진금(眞金)을 황토(黃土)로 착각하였으나 활연히 각성하여 진금(眞金)임을 확인하면
다시는 더 구할 것이 없음과 같습니다. 또한 면경(面鏡)과도 같습니다.
본래 청정한 면경이 일시적으로 때가 끼어 아무것도 비추지 못하나 그때만 닦아
버리면 청정한 그 면경이 그대로 드러나서 일체를 비출 것이니 다른 면경을
구할 것이 없음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인간의 본래면목, 즉 심경(心鏡)을 덮은 때와 먼지를 상세하게
규명하여 그 진애(塵埃)가 티끌만치도 없도록 철저히 제거함을 인간회복의
본령(本領)으로 삼고 있습니다.
심경을 덮고 있는 이 진애인 망견을 추중( 重)과 미세(微細)로 양분하여 추중
(重)은 제6식, 즉 현재의식이며, 미세는 제8식, 즉 무의식(無意識)입니다.
이것만 완전히 제거하면 자연 통명(洞明)하여 진불인 본래면목이 출현하는 것입니다.
면경을 부수고 오너라.
(打破鏡來)푸른 하늘도 또한 몽둥이 맞아야 하는도다. (靑天也須喫棒)
4. 종교 안에서 인간문제가 해결되는 것입니까?
종교를 일반적으로 유한(有限)에서 무한(無限)으로, 상대(相對)에서 절대(絶對)의 세계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불교에서는 유한이 즉 무한이며 상대가 절대임을
주장합니다. 일반 종교는 현실 외에 절대를 따로 세워서 자기가 생존하는 현실유한의
세계를 떠나 절대무한의 세계에 들어감을 목표로 삼습니다.
불교에서는 현실이 즉 절대이어서 인간이 절대무한의 세계에 살고 있으니 절대세계를
다시 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절대'를 '상대'로 착각하는 망견(妄見)만 버리면 삼라만상이
전체가 절대이며 일체가 본래 스스로 해탈하니 불교의 진리는 인간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령, 태양이 하늘 높이 밝게 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눈을 감고서는 "어둡다, 어둡다"고
소리치면 눈뜬 사람이 볼 때에는 참으로 우스울 것입니다.
그러나 어둡다 한탄하지 말고 눈만 뜨면 자기가 본래 대광명(大光明) 속에서 살고
있음을 알 것입니다.
이와 같으니 다만 눈을 가린 망견만 버리면 자연히 눈을 뜨고 광명이 본래 충만해 있었음을
볼 것이니, 눈만 뜨면 인간이 본래 절대 광명 속의 대해탈인(大解脫人)임을 알 것입니다.
부처도 또한 찾아볼 수 없거늘 (佛也見不得)어떤 것을 중생이라 부르는가. (云何名衆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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