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휴가-현진스님♣
법보사찰 해인사 수련회를 다녀온 이들이라면 새벽예불의 그 감흥을 잊지
못할 것이다. 법당을 가득 메운 스님들의 염불소리와 구도자의 형형한 눈빛은
타성에 젖은 수련생들의 마음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수련회는 신새벽의 청아한 산사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일상의 분주한 일 때문에
잃어버렸던 새벽을 되찾게 해준다.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이라야 수행자처럼 하루 스물 네 시간을 소중하게 활용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루 세끼 공양하는 일이나 걸음걸이 하나, 심지어 해우소에서 배설하는 일까지
소중한 수행의 한 부분이 된다.
그러므로 살아가는 일 자체가 얼마나 거룩하고 엄격한 일인지 수련회 기간 내내 느끼고,
시간을 함부로 낭비하면서 흥청망청 살았던 일상의 삶을 점검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절집에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글귀가 기둥마다 붙어 있다.
글자 그대로 발 아래를 살피라는 뜻인데 신발이 잘 놓여졌는지 뒤돌아보라는
가르침이다.
그렇지만 이 말이 가지고 있는 참뜻은 조그만 일에도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라는
무서운 경책이다.
우리는 때로 너무 가깝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섬광처럼 느낄 때, 비로소 삶의 시야가 새롭게 열린다.
평범한 것을 소중하게 느끼지 못하면 큰 깨달음이나 인생의 전기를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수행은 가장 평범한 일상에서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방법이다.
어쩌면 우리는 산사 수련회에서 이러한 소중한 모든 것들을 만날지도 모른다.
특히 해인사 수련회는 군대의 신병교육대처럼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전국에서 가장 힘들다는 해인사 행자실의 기강이 수련생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인데, 어찌 보면 전통적 행자 수업을 체험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이같은 수련회의 분위기가 점점 확산된다면 새로운 휴가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아주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관광이나 유흥을 위한 일정보다는 여유와 성찰의 기회를 가지는 휴가로 전환할 때,
비로소 내 안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것이다.
문명과 사상에 갇혀 모르고 지냈던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러한
수련회에 한 번쯤 참여했으면 한다.
('현진스님의 잼있는 스님이야기'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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