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양 속모양♣
언젠가 법정스님께서 당신의 글만 읽고 현품 대조하러 온 사람들이 법정스님 하면
잘 생기고 싱싱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별 볼 것 없고 쭈글쭈글하니 실망의 기색이
역력하더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때마다 속으로 미안해 하신다고 말입니다.
나의 경우 또한 내 글만 읽고 나를 현품 대조하러 온 사람들이 가끔 깜짝 놀라는 것을 봅니다.
법정스님과는 반대의 경우가 될지 모르겠지만 법상스님 하면 품위 있고
나이도 지긋하여 삶의 깊은 연륜이 가득 베어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잘것 없이 젊고 새파랗다 보니 실망의 기색이 역력한 것입니다.
무언가 삶의 깊이에 기대고 싶고 안기고 싶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찾아왔을 것이라 생각하면 저 또한 속으로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나이라는 관념에 많이 얽매여 살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얼마나’ 나이를 먹었느냐 보다는 ‘어떻게’ 나이를 먹었느냐가 중요합니다.
살아온 인생이 얼마나 되었는가 보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것 말입니다.
살아온 인생이야 억겁(億劫)을 나고 죽고 나고 죽고 무한히 반복하며
누구나 충분한 나이를 먹어 보았을 것이지만,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문제는 결코
시간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겉모습 껍데기에 나이가 있는 것이지 우리의 참모습, 자성불의
자리에는 나이가 있지 않습니다.
자성불 본래 자리는 언제나 영원한 것입니다.
껍데기는 언젠가 허물어지고 썩게 마련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나이를 먹어감이 아니라, 얼마나 속 모습에
충실하느냐, 근본 자리에 자기 중심을 세우고 사는가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 사는가 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100년을 휘둘리며 사느니보다
중심 잡고 하루를 사는 쪽이 잘 살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합니다.
나의 나이도 언젠가는 썩어갈 것입니다.
썩는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허물어져야 할 때 잘 허물어질 수 있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또 어디에 있을까!
겉 모습은 썩어가는 아름다움으로 넉넉히 받아들이고, 속 모습은 영원한
새로움을 간직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목탁소리 지대방 원문보기▶ 글쓴이 : 법신(法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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