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화도연명의고(和陶淵明擬古)-山莊夜雨 [산장야우] 산장의 밤비

qhrwk 2025. 7. 23. 07:18

 
 昨夜松堂雨
작야송당우
어젯밤 송당에 비가 왔는지
 
溪聲一枕西
계성일침서
베갯머리 서편에선 시냇물 소리.
 
平明看庭樹
평명간정수
새벽녘 뜨락의 나무를 보니  
 
宿鳥未離棲
숙조미리서
자던 새는 둥지를 아직 떠나지 않았네.

내용만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다.간밤 잠결에 시냇물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간밤에 비라도 온걸까?새벽에 방문을 열고 내다 보았다.
마당 나무 위 새 둥지에 새가 아직도 그대로 있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이 시의 내용은 별것이 아니다.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시인의 마음이다.
시인은 어째서 나무 위의 자던 새가 여태까지 둥지를 떠나지 않은 것을 말했을까?
산 속 집의 아침은 먼동이 트기가 무섭게 노래하는 산새들의 합창으로 시작된다.
보통 때 같으면 새소리에 늦잠을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었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날이 훤히 밝았는데도 밖이 거짓말처럼 조용하다.
  
시인은 처음에
"어? 오늘은 왠일로 요놈들이 이렇게 조용하지?" 하고 생각했다.
그는 궁금해서 방문을 활짝 열어 보았다.처음에는 새들이 울지 않길래 아직도 날이
새지 않은 줄로 알았다.설핏 깬 잠을 뒤척이며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문을 열고 보니,
새들은 포근한 제 보금자리를 나올 생각이 없다는 듯이둥지 속에다 제 몸을 파묻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시인은 모든 사실을 다 알아차렸다.그래 어제 밤 꿈결에 시냇물 소리가 들려
왔었지.간밤에 산 속에 비가 많이 왔었구나.그 비에 시냇물이 불어났던 게로군.
숲이 온통 젖어 먹이를 찾을 수가 없으니까저 녀석들이 둥지에 틀어 박혀 있는게로구나.
시인은 배를 깔고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둥지 속의 새를 쳐다 본다.

둥지 속의 새도 말똥말똥 주인을 바라본다.오늘 아침은 이렇게 말없이 놀자고 한다.
가만히 이 시 속의 정경을 그림으로 옮겨 보면 참 재미가 있다.
숲 속에 작은 오두막집이 있다.오두막집의 방문은 열려 있다.
주인은 턱 괴고 누워 창밖을 바라본다.숲속 둥지에선 새가 주인을 마주 보고 있다.
마당은 젖었다.나무에선 아직도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것만 같다
이 가운데 주인과 둥지 속의 새 사이에 오고 가는
말없는 대화가귀에 쟁글쟁글 들리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