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代悲白頭翁 대비백두옹-흰머리를 슬퍼하는 노인을 대신해

qhrwk 2025. 8. 16. 07:28

 

代悲白頭翁 대비백두옹-흰머리를 슬퍼하는 노인을 대신해 

洛陽城東桃李花 락양성동도리화:낙양성 동쪽에 피어 있던 복사꽃 오얏꽃
飛來飛去落誰家 비래비거락수가:이리저리 흩날리며 누구 집에 떨어지나?
洛陽女兒惜顔色 락양녀아석안색:낙양 성안 여인네들 아쉬운 얼굴빛으로
行逢落花長歎息 행봉낙화장탄식:길 가다 떨어지는 꽃잎에 긴 한숨만 짓네.
 
今年花落顔色改 금년화락안색개:올해 꽃 질 때 얼굴빛도 같이 시드니
明年花開復誰在 명년화개부수재:내년에 꽃 필 때 누가 다시 보게 될까?
已見松柏摧爲薪 이견송백최위신:늘푸른 송백도 꺾여서 땔감 되는 것을 보고
更聞桑田變成海 갱문상전변성해:뽕밭도 세월가면 바다가 된다고 들었다네.
 
古人無復洛城東 고인무부락성동:옛 사람 이제 다시 낙양성 동쪽에 없으며
今人還對落花風 금인환대락화풍:지금 사람만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 마주하네.
年年歲歲花相似 년년세세화상사:해마다 피고 지는 꽃들은 비슷하지만
歲歲年年人不同 세세년년인부동:해마다 구경하는 사람들은 같지 않네.
 
寄言全盛紅顔子 기언전성홍안자:혈색 좋은 젊은이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應憐半死白頭翁 응련반사백두옹:마땅히 반송장 백발노인을 불쌍히 여기시게.
此翁白頭眞可憐 차옹백두진가련:이 노인 허연 머리는 참으로 불쌍하지만
伊昔紅顔美少年 이석홍안미소년:옛날에는 붉은 얼굴의 미소년이었다네.

公子王孫芳樹下 공자왕손방수하: 지체 높은 귀공자들 꽃가지 늘어진 나무 아래에서 

淸歌妙舞落花前 청가묘무낙화전:아름다운 가락과 멋진 춤으로 지는 꽃을 즐겼다네

光祿池臺開錦繡 광록지대개금수:비취빛 연못 누각에 비단 장막 펼치고
將軍樓閣畵神仙 장군누각화신선:장군누각에는 신선을 그렸었지

 

一朝臥病無相識 일조와병무상식:하루 아침 병들어 누우니 아는 이 모두 사라지고
三春行樂在誰邊삼춘행락재수변:삼춘의 행락은 누구 곁에 가 있는고?
婉轉蛾眉能幾時 완전아미능기시:고운 눈썹 얼굴은 언제까지 가려나

須臾鶴髮亂如絲 수유학발난여사:순식간에 백발 되어 실타래처럼 어지러워 질 것이니


但看古來歌舞地 단간고래가무지:예부터 노래와 춤 어우러졌던 가무지만 보아도 알 수 있나니
惟有黃昏鳥雀悲 유유황혼조작비:황혼에 참새들만 슬피 울고 있지 않느냐?

 

유희이[ 劉希夷 ]
출생 – 사망: 651년 ~ 679년 추정

당나라 여주(汝州) 사람. 영천(潁川) 사람이라고도 한다.

자는 정지(廷芝) 또는 정지(庭芝), 연지(延之), 정지(挺之)다.

어린 시절부터 문재(文才)가 있었다. 숙종(肅宗) 상원(上元) 2년(675) 진사에 급제했지만,

관직을 지낸 적은 없다.

자용(姿容)이 아름답고 담소 나누기를 좋아했으며, 비파를 잘 연주한 데다 주량도 대단해

몇 말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태도로 일상에 얽매이지 않았다.

가행(歌行)을 잘 지었고, 규정(閨情)을 노래한 작품이 많다. 시상이 부드럽고 완려(婉麗)했으며,

감상적(感傷的)인 정조를 띠었다.

송지문(宋之問)의 사위였는데, 그가 지은 「백두음(白頭吟)」의 한 구절 

“해마다 꽃은 같은데, 해마다 사람은 다르구나.(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두 구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사람을 보내 토낭(土囊)으로 눌러 죽였다는 설이 있다. 

원래 문집 10권이 있었지만 이미 없어졌고, 『전당시(全唐詩)』에 1권으로 편재되어 있다

 

※시의 제목 조차 우울하다.
 '흰머리를 슬퍼하는 늙은이를 대신해 '代悲白頭翁[대비백두옹]'이다. 누구나 늙지만
아무도 늙음을 미리 슬퍼하지 않는데, 시인은 다른 이의 노후를 보며 알아차린다.
참 신기하게도 남의 늙음보다 내 늙음이 잘 안 보이는 버릇 말이다. 애써 피하고픈

심사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런 이도 도리 없을 때가 온다. 흰머리가 늘어나는 순간이다.
한 손에 가시 들고 한 손에 몽둥이 들어도 지름길로 오는 게 백발이랜다.

선조 대에 예조판서를 지낸 이호민은 흰머리가 나는 족족 뽑았다고 한다. 

 

이를 본 한음 이덕형이 혀를 끌끌 차며 한마디 했다. 
 "벼슬이 그만큼 높으면 됐지 뭘 더 바라겠다고 센 머리를 뽑습니까."
 이호민이 정색하며 대답한다. 
"사람을 죽인 놈은 반드시 죽이는 것이 국법입니다. 백발은 그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을
죽여 온 놈입니다. 저는 법에 따라 처단하는 것입니다."

따져 보면, 백발이 죄인이겠는가. 백발은 법에 가깝다. 될 일이 된 결과이다.
흰머리는 생애를 응축한 색이다. 당나라의 서예가 설직이 읊은 시 중에 

가을 아침에 거울을 보다(秋朝覽鏡)'를   읽노라면 하도 처연해서 가슴이 저릿할 정도이다.

※ 오대(五代) 남당(南唐)의 궁정화가 위현(衛賢)의 <고사도(高士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