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최경창-〈낙봉인가(駱峯人家)〉

qhrwk 2025. 8. 30. 07:23

 


최경창-〈낙봉인가(駱峯人家)〉

東峯雲霧掩朝暉
동쪽 뫼에 구름 안개 아침 햇살 가리우니

深樹棲禽晩不飛
숲 깊이 깃든 새는 늦도록 날지 않네.

古屋苔生門獨閉
이끼 낀 낡은 집은 빗장이 질려 있고

滿庭淸露濕薔薇 
맑은 이슬 뜰에 가득 장미를 적시었다. 

 -최경창(崔慶昌, 1539-1583), 〈낙봉인가(駱峯人家)〉

아침 햇살로도 포근히 산을 에워싼
아침 안개의 장막은 좀체 걷을 수가 없다.
깊은 나무에 둥지를 튼 새는 흐믓한 잠에 빠져
날이 벌써 밝은 것도 알지 못한다.
구름안개가 숲 전체에 나른한 수면제 가루를 뿌려 놓은 모양이다.
솜처럼 나른하다. 그 산 밑에 그림처럼 들어 앉은 낡은 집 한 채.
문 위 기와는 푸른 이끼옷을 해 입었다. 문은 굳게 닫혔으니
주인 또한 여태 혼곤한 잠에 빠져 있는 게다.
새도 지저귀지 않는 아침, 까치발로 뜰을 들여다 보니
붉은 장미꽃이 함초롬 맑은 이슬에 제 몸을 씻고 있다.
이른 아침, 장미꽃은 지나는 나그네의 눈에 띄어 그만 수줍었겠다.
다시 한 수.

 

 

※ 근현대 중국화가 장석원(張石園)의 <靑溪何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