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qhrwk 2022. 6. 8. 09:01



아버지는 매년 서너 번은 뭄바이에 갔다. 가면서 우리에게 묻곤 했다.
“뭘 갖고 싶니?”
아버지는 내게도 물었다.
“네가 갖고 싶은 것을 말해 봐라. 적어 놓았다가 뭄바이에서 사 오마.”
나는 아버지에게 무엇을 사달라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 번은 내가 말했다.
“나는 단지 아버지가 좀 더 인간적이고, 친구 같고, 덜 독재적이고, 더 민주적인 분이 되어서 돌아오시기만 바랄 뿐입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시장에서 살 수가 없잖니.”
내가 말했다.
“나도 알아요.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내게 더 많은 자유를 주시고, 요구나 명령은 줄여주시고, 

나를 좀 존중해 주세요.”

어떤 아이도 부모에게 존중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장난감, 과자, 옷, 자전거 따위를 원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는 책을 살 때만 돈을 달라고 했다.
나는 결코 다른 일로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말했다.
“내가 책 때문에 돈을 달라고 하면, 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
내가 말했다.
“아버지가 돈을 주지 않으면, 훔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에요. 

나는 도둑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아버지가 나를 강요한다면, 다른 방법이 없지요.

아버지도 아시겠지만, 나는 돈이 없어요.

그러나 나는 이 책들이 필요하고, 꼭 가져야만 합니다. 그러니 돈을 주시지 않으면, 나는 훔칠 겁니다.

내가 훔친다면, 그렇게 만든 것은 아버지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가 말했다.
“훔칠 필요 없다. 돈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가져 가거라.”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 돈으로 책만 살 거라는 점은 믿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확신시킬 필요도 없었다. 

아버지는 내 서가가 늘어가는 것을 계속 보셨기 때문이다.

오쇼의 <내 어린 시절의 황금빛 추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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