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신 뢰

qhrwk 2022. 6. 29. 07:41

신 뢰

 

그대는 호흡을 한다. 

그대는 숨을 들이쉬고 나서 숨을 내쉰다. 

그대는 숨이 나가는 게 두려운가? 

누가 알겠나? 

숨이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그대는 그냥 신뢰한다. 

그대는 숨이 돌아오리라 신뢰한다. 

물론 신뢰할 이유는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왜 나갔던 숨이 돌아와야 하는가? 

그대는 기껏해야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보장되지 않는다.

 미래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숨이 나가서 돌아오지 않을까봐 숨을 내쉬는 걸 두려워한다면, 그대는 숨을 들이쉬고 꾹 참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믿음의 출발이다.

집착하고 붙잡아두는 것이다.

하지만 그대가 숨을 꾹 참고 있으면, 얼굴은 새파랗게 변하고 숨이 막히는 걸 느낄 것이다.

계속 그렇게 하면, 그대는 결국 죽고 말 것이다.

모든 믿음은 질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든 믿음은 그대가 진정으로 살아있지 못하게 만든다. 

그것들이 그대의 존재를 죽인다.
숨을 내쉬는 것은 삶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불교의 ‘열반涅槃, nirvana’이라는 용어는 신뢰를 바탕으로 ‘숨을 내쉬는 것’을 뜻한다.

 신뢰는 매우 순수한 현상이다. 

믿음은 머리에서 나오지만, 신뢰는 가슴으로부터 나온다. 

사람은 자신이 삶으로부터 태어났고, 삶을 살아가고 있고, 언젠가 다시 그 원천으로 돌아갈 거라는 

삶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살아간다. 

 

두려움은 없다. 

그대는 태어나고 살아가다가 죽을 것이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그대는 다시 태어날 것이고 또 살아갈 것이고 또 죽을 것이다. 

그대에게 주어졌던 똑같은 삶이 언제나 그대에게 더 큰 삶을 안겨줄 텐데 무엇이 그리 두려운 것인가? 

왜 믿음에 매달리는가? 

믿음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신뢰는 신이 만든 것이다. 

믿음은 철학적이지만, 신뢰는 철학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신뢰는 그대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그것은 천국에 앉아서 세상을 조작하고 운영하는 신의 개념이 아니다. 

신뢰는 신이 필요 없다. 

이 무한한 삶의 전체성으로도 차고 넘친다. 신뢰하면 이완하게 된다. 

그러한 이완이 곧 복종이다.

자, 그대는 묻는다. 

선禪은 복종의 길인가? 

그렇다. 

그러한 종교는 복종하고 이완한다.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 집착은 그대가 삶을 신뢰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쇼의 <믿음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향기로운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핵 심  (0) 2022.06.29
정 점  (0) 2022.06.29
사랑은 인생의 흐뭇한 향기  (0) 2022.06.29
나 답 게 살 기  (0) 2022.06.29
먼저 주는 마음  (0)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