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바라는 무소유 ★
두달에 한번, 법정은 길상사에 내려와 법문을 열고'말고 향기롭게'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무렴 법정은 어지간해서는 언론을 살펴보지도 않고 정치에는 관심을 두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의 110층 세계무역센타(WTC)쌍둥이 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건물에 대한 항공기
자살테러 사건이 터지자 좀처럼 열지 않았던 세상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법정은 이전에도 미국에 들을 때마다 미국의 문화,특히 육식과 폭력의 문화를 비판해 왔다.
그래서 결코 우리의 삶이 미국의 문화를 따라가면 안된다고 경고해 왔던 것이다.
그럼데 그런 일이 터지고 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글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피력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현재 이 지구상에서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초강대국임을 뽐내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약소국가들에게 갖은 횡포를 부리며 군림하고 있는 미국이 아닌가.
이러한 미국이 그 본토에서 일찍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테러 공격을 받아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
누가 예축이나 했겠는가. 그것도 적대국이 아닌 일개 폭력 조직에 의해 자행된 테러라는 데에 달라진 세상을 실감 할 수
있다."
법정스민의 노조는 깊어 지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인류 역사를 보아도 영원한 제국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한때일 뿐이다.'''
무자비한 테러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무고한 생명과 막대한 재산 피해와 사람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보상 받을 수없을 것이다.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명복을 빌면서'''' 현대인들이 무심코 익혀온 업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컴푸터와 소설과 영화등을 통해 일찍부터 공격과 살인과 파괴의 업을 익혀 온 그 파장이라고 여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어두운 업은 어두운 결과를 가져오고, 밝은 업은 밝은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가 기대고 사는 세상이
밝은 세상이냐, 어두운 세상이냐는 우리들 자신이 순간순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법정스님의 일갈은 그렇게 준열했다. 그는 다시 강조했다.
"군사력과 경제력, 거기에 오만 무례한 독선만으로는 이제 이 지구상에서 제국의 영광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테러 사건을 통해 그 싹이 움트기 시작한거 같다.'''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던 소위 새 천년의 문턱에서 세상은
이와 같이 변하고 있다.이런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거듭 밝히지만 순간순간,하루하루를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진다. 밝은 생활과 어두운 생활의갈림길이 현재 우리들 자신의 밝음과 어둠에 달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정은1980년대 시간이 있을 때마다 미국을 돌아보고 세계전체 인구의 5퍼센트 밖에 안되는 미국인들이 전 세계
자원의 3분의 1 이상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소비하고 있다는 것에 매우 놀라워했다.
날마다 세계 전역에서 3만5천여명의 어린이들이 먹지 못해 죽어감에도,세계전역에서 10억명의 사람들이
하루1달러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었다.
때문에 법정 스님은 10억명 이상이 마실 물을 얻지 못해 병들어 감에도, 미국에서 생산된 곡물의 80%가 사람들이 먹는
식량으로서가 아니라 가축들의 사료로 쓰이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런 불합리 하고 비안간적인 미국식 생활방식이 세계 평화와 지구 생태를 위협하는 커다란 재앙이라고 경고도 했었다.
그는 말했다.
"이웃 나라와 번영을 나누지 않는 나라는 그 어떤 나라일지라도 원한과 증오를 낳게 마련이다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지난해 9월 11일 미국이 본토에서 테러 공격을 받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빈부 격차의 맥락으로 보는
견해가 미국내의 양심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재기되고 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 이웃과 어떤 관계를 이루고 있느냐에 의해서 그 삶의 의미와 가치를 매길 수 있다."
1년여가 지난 시점에 법정은 다시 오두막을 내려왔다.
7월의 뜨거운 태양이 칠십노구의 몸을 지치게 했지만 법정은 경기도 양주군 울대리 송추계곡의 사패산 입구
'철마선원'에 도착했다.
수경스님(당시 불교환경 연대 대표)과 화룔사 비구니 스님들이
'북한산내부 순환도로 터널공사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이었다.
법정은 외롭게 북한산을 지키는 스님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에 좀처럼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비치지 않는 전례를 깬 것이었다.
굵은 삼베승복에 밀짚모자를 쓴 법정을 처음 맞은 것은 '북한산수호정진도량천하제일문' 밖에 플래카드로 걸린
고은 시인의 시<북한산을 죽이지 말라>였다.
"북한산을 죽이지 마라
북한산을 죽이면
그대들도 하나하나 죽으리라
북한산을 살려라
북한산을 살리면
그대들도 하나하나 사리라''
'' 수경스님은 법정에게 구 손을 모으며 합장으로 맞았다
.'고압조심' 이라 쓰인 철조망이 둘러쳐진 나무다리를 건너면서 법정이 입을 열었다.
"여기가 송추계곡이지요? 한 30년전에 교외선 타고 송추에 왔던 적이 있는데 그때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검은 천에 노랑글씨로'NoTunnd'이라 쓰인 망루에는 비닐에 담긴 붉은'자연의 피'가 수십팩 걸려 있었다
거기서 몇걸음 위가 부처님을 모신 법당이었다.
철마선원은 여기서 상주하며 작업하는 설치미술가 최병수씨의 작품이기도 해서 농성장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 했다.
법정은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꼭 티베트불교 사원에 온 것 같아 멋 있는데요."
법정은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러 법당으로 올랐다.
이미 법당밖에는 그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스님들과 신도들이 모여 들었다.
인살르 마친 법정 스님은 수경스님과 나란히 않았다.
"진작 와 보려고 했는데 몸도 좀 좋지 않았고 시간도 여의치 않아서 이제야 오게 됐습니다."
법정이 미안해 했다.
"아닙니다 와 주셔서 큰 힘이 될 것입니다. "
수경 스님이 화답했다.
"자연은 소유 할 수 없는 거예요. 우린 그저 잘 보존하고 있다가 후손에게 물려 줄 의무밖에는 없어요. 이 아름다운 산을,
자연을 파괴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겁니다. 30년이 더 된 일이네요. 나도 강남 봉은사 주변 땅을 경기고등학교와
무역회관에 팔때, 혼자서 반대하면서 외롭게 싸운 적이 있습니다.'''
수경 스님과 비구니 스님들이 이런 훌륭한 일을 하는 것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대자연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수경 스님은 대자연에게 위촉받아 대신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용기 내시고 힘 내십시요."
법정은 수경 스님을 격려하는 한편 우리 불교에 대해 질책의 말도 잊지 않았다.
"단순히 정치인, 개발론자의 문제가 아닙니다. 불교계에서도 환걍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불교가 1.600년
넘게 유지될수 있었던 것은 아마 산속에 있어서 일지 몰라요.불교는 정말 자연의 해택을 가장 많이 본 종교일 겁니다.
그럼데 지금껏 불교가 얼마나 자연을 보존했는지는 의문이네요.훌륭한 수행자는 화려하고 불사를 많이 일의키는
절 보다는 가난하고 소박한 절에서 나오는 법인데..."
법정은 수박 한조각을 들고는 강원도 오두막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갈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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