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너그럽고 따뜻하게/ 법정스님◈
제가 살고 있는 강원도는 눈의 고장입니다.
그런데 지난 1월 중순께까지도 눈다운 눈이 내리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몇몇 지역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기설제(祈雪祭)를 지냈다고 합니다.
그 덕인지 최근 몇 차례 눈이 내려 이제야 겨울다운 풍경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얼음 위에 내려 쌓인 눈은 일종의 보호막이 되어 줍니다.
개울이 바닥까지는 얼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두터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눈은 내리지 않고 영하 20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지는 강추위가 이어져 겨울 내내 폭포는 빙벽이
되고 개울은 빙하가 되었습니다.
개울 바닥까지 다 얼어붙어 버린 겁니다.
그만큼 춥습니다.
강원도에서 15년 가까이 살고 있지만 올해처럼 온통 얼어붙은 겨울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이런 환경은 사람을 메마르게 합니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도끼로 얼음을 깨도 물은 못 얻고 팔만 아픕니다.
물 없이 살 수는 없으니 얼음이라도 깨다 녹여 식수와 생활용수로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흐르는 물이라곤 전혀 없이 모두가 빙판이니 살아가기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덕분에 한 방울 물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가를 아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그런 겨울이었습니다.
다행히 요즘은 눈을 떠다 쓸 수 있게 되어 힘이 좀 덜 듭니다.
‘심여수(心如水)’란 옛말이 있습니다.
물은 마음과 같고 마음은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물은 흘러야 합니다.
흐르는 것이 물이 살아있다는 징표이고 또한 물의 생태입니다.
물은 흐름으로써 자신도 살고 만나는 대상도 살립니다.
물이 한 곳에 갇혀 있거나 고여 있으면 생명력을 잃어 마침내는 부패하고 맙니다.
저는 이번 겨울 새삼스럽게 물이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날마다, 시시각각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물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배우고 익힌 것입니다.
우리 마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굳어 있거나 무엇에 의해 갇혀 있으면 그것은 온전한 마음이 아닙니다.
병든 마음입니다.
마음은 물과 같다 했습니다.
우리 마음도 물처럼 흘러야 되는데 어디에 갇혀 있거나, 고여 있거나,어떤 상황에 의해 얼어붙게 되면 온전한
마음이 아니고 병든 마음이 됩니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 탓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지옥도 만들고 천당도 만듭니다.
물은 흘러야 그 생명력을 유지하듯 마음도 살아서 움직여야 건전해집니다.
흔히 절에서 ‘마음 닦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보이면 손으로 문지르든가 걸레로 닦겠지만 마음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닦는다는 표현은 매우 관념적인 것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마음을 쓰는 일’ 즉 ‘용심(用心)’입니다.
마음을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순간순간 마음 쓰는 일이 곧 수행입니다.
내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삶의 꽃이 아름답게 필 수도 있고 꽉 막힌 벽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법구경》 첫 구절에도 나와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산방한담(山房閑談) 월간 맑고 향기롭게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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