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사소하고 개인적인 슬픔

qhrwk 2022. 2. 17. 09:41


사소하고 개인적인 슬픔

 
궁금한 걸 묻지 못했지
무능력한 남자와 살다가
애기를 놓고 애기를 업고


기찻길 옆 나무와 서 있다가
슬리퍼 끌며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밥상을 차리거나 엎거나


아이를 달래다가 내가 울어도
기찻길 옆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반복적으로 서 있는 방식으로
궁금한 걸 묻지 못했지


저 나뭇잎은 왜 흔들리냐고
저 나무는 무슨 꿈을 꾸냐고


나는 어떤 상상 속에서
아주 개인적인 형식으로

 

저 신기한 나무 아래 흔들리는
나의 창과 당신의 방패는
서로 다른 전쟁을 하고 있지


이 죽음은 마땅히 그러하므로
나는 궁금해도 입 다물었지
저 노란 꽃은 왜 가늘게 흔들리는지


당신은 다른 그림을 내밀었지
궁금해도 단번에 죽지 않았지
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서 있는데


이 나무는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이 나무는 사소하고 개인적인 슬픔을 가지고
기찻길 옆의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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