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성적 욕망을 제어하는 법
오온이 무상함 깨달아 감정과 본능의 문제를 이성 도덕심으로 극복 자율통제 실천이 중요
부처님이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아난다와 함께 걸식을 하던 존자 다기사는 미모가 뛰어난 젊고 아름다운 여자를 보게 되었다.
다기사는 애욕의 불꽃이 타올라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아난다님. 저는 저 여자로 인해 애욕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일어나는 잡념을 없애버리게. 그러면 애욕의 불꽃이 사라질 것이네.”
아난다의 말을 듣고 마음을 제어한 다기사는 걸식이 끝나는 대로 빨리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보았던 아름다운 여인이 멀리서 다기사의 모습을 보고 다시 환하게 웃었다.
다기사는 그 여자의 웃음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저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는 뼈를 세워놓고 가죽으로 싸놓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그림을 그려놓은 병과 같다.
그러나 그 안에는 온갖 더러운 것이 가득 들어 있다.
그러니 저 육체에서 탐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나는 남의 몸을 관찰하기보다는
나의 몸을 살펴보리라. 이 탐욕은 어디서 생겨났는가. 그것은 다만 생각에서 생긴 것이다.
이제 만일 내가 이 생각을 버린다면 탐욕은 곧 없어지리라.’
이렇게 하여 번뇌에서 벗어난 다기사는 아난다와 함께 정사로 돌아왔다.
부처님이 이를 알고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에 다기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처님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육체(色)는 물거품과 같아서 견고하지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한 것이 아니다.
감각(受)은 물거품 같아서 견고하지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한 것이 아니다. 표상(想)은
아지랑이와 같아서 견고하지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한 것이 아니다. 의지(行)는 파초와 같아서
알맹이가 없으며 견고하지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한 것이 아니다. 의식(識)은 허깨비와 같아서
견고하지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한 것이 아니다. 이 다섯 가지 쌓임(五蘊)은 모두 견고하지
않으며, 거짓되어 진실한 것이 아니다’라고.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이렇게 생각하자 번뇌의 불꽃이 꺼졌나이다.”
“훌륭하구나, 다기사야. 너는 참으로 오온의 근본을 잘 관찰했구나. 모든 수행하는
사람은 오온이 견고하지 않다고 관찰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보리수 아래서 위없는
깨달음을 얻었을 때도 오늘 네가 관찰한 것처럼 오온이 견고하지 않다고 관찰했기
때문이니라.”
<증일아함> 27권 사취품(邪聚品) 제9경
인간에게 있어 성적 욕망처럼 해소하기 난감한 본능도 없다.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이성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성적 충동으로 얼굴이 벌개졌던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결혼이란 어느 면에서 성적 욕구를 합법적으로 해결하는 사회문화적 제도의 하나다.
이와는 달리 독신수행자들은 성적 욕구를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계율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본능적인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윤회를 계속케 하는 원인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억제하면 할수록 강해지는 것이 욕망이다.
이 경은 바로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수행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극복해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롭다.
그러나 부처님이 가르쳐주는 방법도 특별한 것은 없다. 오온(五蘊)이 무상한 것임을 깨달아서
감정과 본능의 문제를 이성과 도덕심으로 극복해나가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타율적인 규제가 아니라 자율적인 자기통제에 의한 실천이 중요하다.
육체와 본능에 대한 자기절제를 할 줄 아느냐 못하느냐가 해탈의 길로 갈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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