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말씀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떠돌이와 붙박이가 조심할 점

qhrwk 2024. 8. 2. 08:47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60. 떠돌이와 붙박이가 조심할 점

부처님이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수행자가 오래도록 여행 할 때의 경계할 점에 대해 이렇게 말씀했다.
“늘 돌아다니는 사람(長遊行者)에게는 다섯 가지 어려움이 있다. 

첫째는 이제까지 듣지 못한 설법을 들을 수 없고, 

둘째는 이미 배웠던 가르침도 쉽게 잊어버리게 되며, 

셋째는 삼매를 얻지 못하고, 

넷째는 얻었던 삼매도 잃게 되며, 

다섯째는 설법을 들었어도 실천하지 못하게 되느니라. 

이것이 늘 돌아다니는 사람이 겪는 다섯 가지 어려움이다.


그렇지만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 사람은 다섯 가지 좋은 일이 있다.

첫째는 이제까지 듣지 못한 설법을 들을 수 있고,

둘째는 이미 배웠던 가르침을 쉽게 잊어버리지 않으며,

셋째는 삼매를 얻게 되며,

넷째는 얻었던 삼매를 잃지 않으며,

다섯째는 설법을 들으면 잘 실천하게 되느니라.

이것이 많이 돌아다니지 않는 사람이 얻는 다섯 가지 좋은 일이다.”

부처님은 또 수행자가 항상 한곳에 오래 머물 때의 생기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말씀했다.
수행에 뜻이 없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결과 나쁘고
수행에 뜻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좋은 일과 공덕 쌓여


“한곳에 오래 머물며 살면 다섯 가지 좋지 못한 일이 생긴다. 

첫째는 자기가 사는 집에 집착해서 남이 뺏을까 두려워한다. 

둘째는 재물에 집착이 생겨 잃어버릴까 걱정이 생긴다. 

셋째는 세속사람처럼 재물 모으기에만 힘쓰게 된다. 

넷째는 자기와 친한 사람만 좋아하고 남들이 그와 친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다섯째는 늘 속인들과 왕래하기를 좋아하게 된다. 

이것이 한곳에 오래 머물면 생기는 문제점이다.

그렇지만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 사람은 다섯 가지 좋은 일이 있다. 

첫째는 자기가 사는 집에 집착하지 않으므로 남에게 뺏길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둘째는 재물에 집착이 없으므로 잃어버릴까 걱정하지 않는다. 

셋째는 세속사람처럼 재물 모으기에만 힘쓰는 일이 없게 된다. 

넷째는 자기와 친한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다섯째는 늘 속인들과 왕래하는 일이 적어진다. 

이것이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을 때 생기는 다섯 가지 좋은 일이다.”


-증일아함 25권 오왕품(五王品) 제7-9경

이 경전의 말씀을 얼핏 들으면 모순되는 것 같다.

 한곳에 오래 머물러도 안 되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이익이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혼란이 느껴진다.

따라서 이 말씀을 바르게 이해하자면 겉으로 드러난 뜻(表詮)과 속에 감춰진 뜻(遮詮)이

무엇인가를 잘 분별해낼 줄 알아야 한다.
한곳에 오래 머물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든 수행에 뜻이 없는 사람은 늘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자주 돌아다니는 사람은 설법을 자주 듣지 못하고 삼매를 성취하기 어려우며, 한곳에 오래 

머무는 사람은 재물과 사람에 집착하여 도심을 잃기 쉽다. 

이것이 겉으로 드러난 뜻이다.

반대로 한곳에 오래 머물든 이곳저곳 돌아다니든 수행에 뜻이 있는 사람은 늘 좋은 일만 생긴다. 

한곳에 오래 머물면 설법을 자주 듣고 삼매를 성취할 수 있으며, 여러 곳을 여행하는 사람은 

모든 집착으로 부터 자유로워진다. 이것이 속으로 감춰진 뜻이다.
요컨대 수행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좋은 일과 공덕이 쌓이지만, 수행에 뜻이 없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금강경〉을 주석한 ‘야보송’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바른 사람은 삿된 법을 말해도 바른 법이 되지만, 삿된 사람은 바른 법을 말해도 삿된 법이 된다.

(正人說邪法 邪法悉歸正 邪人說正法 正法悉歸邪)”
바른 사람은 나쁜 말을 해도 바른 일을 위해 하지만, 삿된 사람은 바른말을 해도 삿된 짓을 

하기 위해 한다는 뜻이다. 

누가 그런 사람인지는 조금만 돌아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유랑잡승이나 

탐독재화승이 별로 없지만.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