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육근을 잘 다스린 공덕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인간의 육신를 구성하는 육근(六根)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에 대해 이렇게 말씀했다.
“수행자는 생각을 온전하게 해서 자기 몸을 닦아야 한다.
가야 하거나 머무르거나, 나아가거나 멈추거니, 굽히거나 펴거나, 굽어보거나 우러르거나,
옷을 입거나 벗거나, 잠자거나 깨어나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고자 할 때 모두
때를 알아야 한다.
수행자가 만일 마음을 온전하고 바르게 하면 아직 생기지 않은 번뇌와 탐욕과
무명은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 것이며, 이미 생긴 번뇌와 탐욕과 무명은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욕망을 효과적으로 절제하고
자유로워질 때 ‘진정한 행복’
집착 버리면 고통 줄어 들고
나쁜업 짓지 않아 윤회 벗어
또 만일 생각을 온전히 하면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잘 분별해서 마침내 나쁜 길에
떨어지지 않게 할 것이다.
여섯 가지란 눈, 귀, 코, 혀, 몸, 뜻(眼耳鼻舌身意)으로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관념
(色聲香味觸法)을 인식할 때 곱거나 좋은 것은 기뻐하고 추하거나 나쁜 것은 싫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란 마치 여섯 가지 짐승이 그 성향이 각각 다른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개, 여우, 원숭이, 물고기, 독사, 새를 잡아 밧줄에 묶어
한곳에 놓아두면 그것들은 각각 성향이 달라서 서로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자 할 것이다.
즉 개는 마을로 달아나고 싶어 하고, 여우는 무덤 사이로 가고 싶어하고, 원숭이는 숲으로
가고 싶어 하고, 물고기는 물로 가고 싶어 하고, 독사는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고,
새는 공중으로 날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여섯 가지 짐승은 단단히 한곳에 매어 두면 아무데도 가지 못하고
움직이지 못한다. 그것들은 그곳을 떠날 수 없으므로 거기에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여섯 가지 감각도 이와 같이 제각각 좋거나 나쁜 것에 따라 하고 싶은 것이
다르지만 그때 수행자는 그것을 한곳에 매어 둔다.
그렇게 뜻을 온전히 하여 어지럽게 하지 않으면 악마 파피야스도 침투할 틈이 없어서
어쩌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수행자는 온갖 공덕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다.
수행자들이 이와 같이 공부해나가면 현재에 아나함이나 아라한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 증일아함 32권 역품(力品) 제8경
수행자들 중에는 몸에 병이 생겨 고생하게 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육근을 잘 다스렸다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병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감기가 들거나,
몹쓸 병에 걸린다 해서 그것을 수행과 연관시키는 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불교의 수행은 도교의 양생술(養生術)과는 그 목적과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수행이란 육체적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육체가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절제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육근(六根=眼耳鼻舌身意)은 늘 아름답고 즐겁고 향기롭고 맛있고 부드러운 것만 탐애한다.
중생은 이 욕망을 충족시키는 정도에 따라 행복과 불행을 나누려고 한다.
불교는 이런 생각에 반대한다.
진정한 행복은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욕망에서 자유로워질 때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행한다고 육체가 병들고 늙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이 일을 부처님도 못한다.
그렇다면 생로병사에서 해탈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현재의 삶에서 욕망과 욕심을
줄이고 집착을 버림으로써 욕망의 불확충에서 오는 고통을 줄여주고 없애주는 것이다.
더 길게는 이로 인해 더 나쁜 업을 짓지 않음으로써 고통을 반복하는 윤회의 조건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육근을 잘 다스린 공덕이다.
진정으로 행복하고자 한다면 한번 해볼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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