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말씀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부처님의 재난구제 활동

qhrwk 2024. 8. 5. 09:02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부처님의 재난구제 활동

왕의 만류에도 제자들과 함께
전염병 창궐한 베살리 찾아가
청소하며 병자 치료 ‘인상적’
재앙극복 의식 ‘피릿’으로 전승

부처님이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아자타사투 왕이 찾아와서 정중하게 예배하고 여름 안거를 왕사성에서 보내실

것을 청했다.

부처님은 이를 승낙했다. 
그 해 여름 이웃나라인 베살리에서는 귀신의 재앙이 일어나서 하루에도 죽는 사람이 수백이

넘을 지경이었다.
그들은 귀신 나찰들에게 걸려 얼굴과 눈이 누렇게 되어 3~4일 만에 죽었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매우 두려워하며 한곳에 모여 의논했다.

“베살리는 크고 번성해서 사람도 많이 살고 물자도 풍성해서 저 제석천왕이 사는
 궁전과 같다고 했다. 그런데 귀신의 해침을 받아 많은 사람이 죽어서 쓸쓸하기가 
 산이나 들과 같다. 누가 이 재난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의논 끝에 부처님을 모셔오기로 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지금 왕사성에서 아자타사투 왕의 공양을 받으며 안거를 보내고

있는데 어떻게 모셔올 수 있을 지 방안이 마땅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부처님은 큰 자비로 일체중생을 제도하는 분이시므로 어려운 사정을 

말하면 베살리로 오실 것으로 믿고 최대(最大)라는 장자를 대표로  뽑아서 보냈다.

그는 부처님을 찾아가 급박한 사정을 아뢰고 베살리로 와주실 것을 청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아자타사투 왕이 반대했다. 

그러자 부처님은 베살리의 사자를 왕에게 보내 설득하도록 했다. 

베살리의 사자는 부처님이 가르쳐준 대로 왕을 만나 이렇게 간청했다.

“왕은 죄 없는 부왕을 죽였으므로 장차 지옥에 가서 1겁을 보내야 하는데 그 허물을 
뉘우치고 불법에 귀의했으니 죄가 조금 감해질 것이요. 그러나 더 많은 선행을
 베풀면 더 빨리 죄업을 소멸할 것이요. 그러니 부처님과 그 제자들을 베살리로
 보내주시기를 청하나이다.”
왕은 부처님을 베살리로 보내드리는 것이 선업을 짓는 것이라는 말에 설득되어 부처님을 

모셔가도 좋다고 했다. 

부처님은 안거중임에도 제자들을 데리고 베살리로 갔다. 

베살리에 도착한 부처님은 성문에 이르러서 게송으로써 말씀했다.

“여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시며

그 가르침은 우리를 열반의 세계로 인도하며

비구들은 여러 수행자들 중에 가장 훌륭하시니

이 거룩하온 삼보에 진심으로 귀의하면

베살리 성에는 모든 재앙이 없어지리라.

 

두발 가진 사람도 안온을 얻고

네발 가진 짐승도 그러하리니

길을 가는 이도 행복하고

길을 오는 이도 또한 그러하리라.

밤이나 낮이나 안온을 얻어 
귀찮게 구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자 모든 귀신은 성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모든 병자들은 병이 낫게 되었다.

증일아함 32권 역품(力品) 제11경

부처님의 베살리 재난구제 활동은 매우 유명한 사건이었다.
이를 기원으로 해서 남방 상좌부불교에서는 피릿(paritta)이라는 일종의 기복적 의식이 

만들어져서 전승되고 있다.
피릿은 ‘보호’ 안전’ 또는 ‘호주(護呪)’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이 주문을 외우면 모든 재앙이

소멸한다고 믿어지는 의식이다.

이것은 자력을 강조하는 남방불교에서 유일하게 타력적 방법으로 재앙극복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흥미롭다.

이 얘기에서 주목할 점은 부처님의 자비심이 얼마나 인상적이었으면 뒷날 의식으로까지 

발전했을까 하는 것이다. 

당시의 베살리는 경전에서 묘사하고 있듯이 하루에도 수백 명씩 죽어가는 재난지역이었다.
부처님은 아자타사투 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자들을 데리고 전염병이 창궐한 곳으로 

찾아가서 마을을 청소하고 병자를 치료했다.
그 거룩한 모습에 누가 합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