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불법을 만난 행운의 크기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설법을 해도 들을 수 없고, 알아듣지도 못하고, 수행도 못함으로써
열반에 들지 못하는 여덟 종류의 박복한 중생에 대해 말씀했다.
“첫째는 지옥(地獄)에 태어난 중생이다. 그들은 여래가 세상에 나와서 설법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그리하여 도를 닦지도 못하고 열반에 이르지도 못한다.
둘째는 축생(畜生)에 태어난 중생이다. 그들은 여래가 세상에 나와서 설법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그리하여 도를 닦지도 못하고 열반에 이르지도 못한다.
셋째는 아귀(餓鬼)에 태어난 중생이다. 그들은 여래가 세상에 나와서 설법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그리하여 도를 닦지도 못하고 열반에 이르지도 못한다.
넷째는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난 중생이다.
그들은 여래가 세상에 나와서 설법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그리하여 도를 닦지도 못하고 열반에 이르지도 못한다.
다섯째는 변방에 태어난 중생이다.
그들은 여래가 세상에 나와서 설법하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한다.
그리하여 도를 닦기는커녕 성현을 비방하고 온갖 삿된 없을 짓는다.
여섯째는 중앙국에 태어났어도 여섯 가지 감관이 완전하지 못하고 선악을 분별하지
못하는 중생들이다.
그리하여 설법을 듣지도 않고 도를 닦지도 못하고 열반에 이르지도 못한다.
일곱째는 중앙국에 태어나고 여섯 가지 감관을 완전하게 갖추었지만 삿된 소견을 갖는
사람이다. 그는 ‘보시의 공덕도 없고 받는 이도 없으며 선악의 갚음도 없고 금생
후생도 없다. 사문이나 바라문이 어떤 경지에 오른다는 것도 다 쓸데없는 말이다’라고
주장하며 도를 닦지 않는다.
그리하여 설법을 듣지도 않고 열반에 이르지도 못한다.
여덟째는 중앙국에 태어나고 여섯 가지 감관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총명하며 재주도
있고 설법을 들으면 바로 이해하고 바른 소견을 갖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게을러서
여래의 설법을 듣고도 실천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도를 닦지도 않고 열반에 이르지도 못한다.
그러나 수행자들이여. 어떤 사람은 중앙국에 태어나서 지혜와 변재와 총명이
있는데다가 여래의 설법을 듣고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바른 소견을 닦으며 선악을 잘 분별하며 범행을 닦는다.
그리하여 열반에 이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여래의 설법을 듣고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믿으며 부지런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증일아함〉 36권 팔난품(八難品) 제1경
불법 만나 인생의 바른길 알고
정법에 의지한 세계관 갖게 돼
가난하고 출세 못했어도 ‘축복’
정견으로 정념 실천하면 ‘행복’
생각해보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 한 가지 있다. 우리는 비록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나라에 태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육근이 청정하여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다.
무엇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 인생의 바른 길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더욱이 불교를 믿는다면서도 삿된 길로 가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다행하게도 정법에
의지한 인생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탐진치(貪瞋癡) 삼독에 끄달려 살아가다보면 가는 길이 뻔하다. 그런데 거기서
조금이나마 비켜난 삶을 살 수 있는 지혜의 눈을 가졌다면 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비록 가난하지만, 출세는 많이 못했다 해도 이것처럼 거룩한 청복(淸福)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이야말로 다겁생래로 지어온 선근공덕의 결과일 것이다.
모름지기 정법을 만나 공부하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저 아귀나 수라보다 못한 중생들처럼 못된 짓에 발 담그지 말아야 한다.
바르게 닦아 금생에 열반을 이루도록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참으로 복 받은 사람이 가는 길이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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