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의 말씀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세상을 시끄럽게 하지 말라

qhrwk 2024. 8. 14. 07:58

 

[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세상을 시끄럽게 하지 말라

부처님이 석씨의 아말라키 과수원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때 존자 사리풋타와 목갈라나가 여러 수행자와 여름안거를 마치고 석씨촌으로
 왔다. 이들은 오랜만에 서로 문안을 나누느라고 그 음성이 높고 컸다.
부처님이 아난다에게 말했다.
“떠드는 소리가 마치 나무와 돌을 부수는 것 같구나. 이 동산이 조용하게 그들을 보내라.”

아난다가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자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는 무리를 이끌고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여러 석씨들이 사리풋타를 만류하는 한편 부처님을 찾아뵙고 용서를 빌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멀리서 온 수행자들의 허물을 용서하소서. 그 중에는 처음 출가하여 존안을 

뵈러 온 자도 있습니다. 

 

그들이 그냥 떠나면 마치 아직 묘종(苗種)이 물을 만나지 못해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후퇴할 지도 모릅니다.
또한 갓 난 송아지가 어미를 만나지 못하면 근심에 잠기듯이 그들도 부처님을
뵙지 못하면 바른 법에서 멀리 떠날 것입니다.”

출가수행 본분 뜻 망각하면개인은 물론 교단 전체 불행
내심 관조하고 번뇌 다스려 자기부터 정화해야 수행자

 

부처님은 그들의 간언을 받아들여 떠나는 수행자들을 다시 돌아오게 했다.
부처님은 우선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를 불러 저들을 잘 가르치지 못한 것을 크게 나무랐다.
“내가 왜 그대들을 떠나게 했는지 알겠는가? 저 무리들이 시끄럽게 행동한 것은
다 그대들의 허물에 기인한 것인 줄 아는가?”
이어서 부처님은 두 존자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그대들은 후배들을 잘 가르쳐 긴 밤 동안 언제나 안온한 곳에 살게 하고 중간에
물러나서 생사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아홉 가지 덕을 성취해야 하리라.

첫째 좋은 벗과 사귀고,
둘째 바른 법을 닦아서 삿된 업에 집착하지 않으며,
셋째 항상 고요한 곳에 머물며 세간의 일을 즐겨하지 않으며,
넷째 병이 적고 근심이 없으며,
다섯째 재보를 쌓아두지 않으며,
여섯째 좋은 가사와 발우에 탐착하지 않으며,
일곱째 부지런히 정진하여 어지러운 마음이 없으며,
여덟째 바른 이치를 들으면 곧 알아듣고 바로 실천하며,
아홉째 때에 따라 설법을 듣되 싫어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수행해나가면 현세에서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여러 수행자들을 부지런히 가르쳐 긴 밤 동안 후회가 없도록 하라.”        

- 증일아함 41권 마왕품(馬王品) 제2경

경전의 문면은 이런저런 사정을 생략하고 있지만 부처님의 조용한 꾸지람은
마치 폭풍과도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장로인 사리풋타와 목갈라나를 불러 엄하게 꾸짖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두 사람은 부처님보다 나이가 많은 제자들이다.
이들은 자기가 데리고 있는 수행자들의 처신 때문에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야단을 맞는다.


부처님이 이렇게 수행자들을 엄하게 나무란 데는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가수행의 본뜻을 망각하면 개인은 물론 교단 전체가 불행해진다.
따라서 수행자는 언제 어디서나 출가의 본분이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하며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행자의 본분은 소박하게 말하면 탐진지(貪嗔癡)를 소멸시켜서 자기부터 정화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사회를 정화하든 구원하든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행자는 항상 조용한 명상을 통해 내심을 관조하고 번뇌를 다스려야 한다.
밖으로 향하는 시선을 안으로 돌릴 줄 알아야 한다.
결코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것은 수행자가 할 일이 아니다.

더욱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일은 절대 안 된다.

부처님은 그런 짓이 하고 싶으면 숲을 떠나라고 책망한다.

수행자가 절(숲)에 머물고자 한다면 아홉 가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새삼

귓가에 쟁쟁하게 들리는 요즘이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