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읽는 부처님 말씀] 통치자의 열 가지 덕목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국왕을 열 가지 덕목을 비유로 하여 수행자들을 가르쳤다.
“만일 국왕으로서 열 가지 덕을 성취하면 나라를 오래 동안 보존하게 되리라.
열 가지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재물에 집착하지 않으며 조그만 일로 화를 내거나 사람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신하를 비롯한 아랫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이며 그 말을 따라주는 것이다.
셋째는 항상 베풀기를 좋아하며 백성들과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다.
넷째는 권력으로 남의 여자를 빼앗지 않으며 자기 아내를 잘 보호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사람들을 억울하게 가두어서 원망하지 않도록 법집행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다.
여섯째는 술을 적게 마셔서 마음이 거칠거나 어지럽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일곱째는 향락을 멀리하고 정사에 힘써 외적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덟째는 법에 따라 다스리고 교화하되 어긋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아홉째는 충성스러운 신하들을 믿으며 그들과 늘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다.
열째는 병 없이 건강하며 기력이 강성하도록 자기관리를 잘 하는 것이다.
수행자들도 열 가지 덕을 성취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열 가지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계율을 온전하게 잘 지켜 바른 법을 범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여래를 받들어 섬기며 그 말씀을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셋째는 부처님이 가르친 법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여 물러섬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는 항상 자기 뜻을 낮추고 여러 청정한 대중을 잘 받들어 섬기는 것이다.
다섯째는 욕심이 적고 만족할 줄 알며 이양에 탐착하지 않는 것이다.
여섯째는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계법에 의지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일곱째는 착한 벗과 사귀기를 좋아하며 나쁜 벗을 멀리하는 것이다.
여덟째는 놀이나 일에 집착하지 않고 항상 좌선하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아홉째는 사람들과 쓸데없이 어울리지 않고 한적한 곳에 머물기를 즐겨하는 것이다.
열째는 범행을 닦아 나쁜 습관에서 떠나며, 바른 이치를 배워 그 차례를 지키는 것이다.”
<증일아함> 42권 결금품(結禁品) 제6경
자기 낮추고 청정대중 받들어 바른 이치 익혀야 ‘참수행자’
통치자 역시 재물에 집착 말고정법교화하고 화목 중시해야
우리나라는 1948년 건국 이래 최근까지 16차례에 걸쳐 모두 9명의 대통령으로 뽑았다.
그러나 이 가운데 한 사람도 행복한 대통령이 없었다.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은
임기 중에 하야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피살됐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퇴임 후
감옥에 갔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 아들을 감옥에 보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탄핵을 받았다.
이런 기록은 우리나라 현대정치사가 그만큼 불행했음을 말해준다.
이제 우리는 그런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탄생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부처님이 이 경전에서 제시한 10가지 조건은 참고할 만하다.
물론 이 조건은 봉건tl대의 군주들을 염두에 둔 것도 있으므로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뜻을 확대 해석하면 오늘에 적용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내용이 많다.
특히 인치(人治)보다는 법치(法治)를 강조하고, 봉건적 지배자이기 보다는 민주적
지도자여야 한다는 의도가 담긴 가르침은 새겨들을 만하다.
과거의 대통령들이 불행해진 이유가 여기에서 제시한 조건을 외면했기 때문인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오는 12월17일은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책임질 제17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새 대통령은 제발 앞서 대통령이 걸어간 불행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을 사람이
선출됐으면 좋겠다.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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