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雪月(설월)-눈과달 김승겸金崇謙·1682~ 1700)

qhrwk 2024. 12. 3. 09:49

 

雪月(설월)-눈과달 김승겸金崇謙·1682~ 1700)

大雪擁一村
대설옹일촌
큰 눈이 온 마을 뒤덮어

高堂北風寒
고당북풍한
큰 집이 북풍에 떨고 있네.

泉鳴石氷底
천명석빙저
꽁꽁 언 얼음 아래 샘물이 울고

月高老杉端
월고노삼단
삼나무 가지 끝에 달이 올라가네.

獨夜不能寐
독야불능매
홀로 있는 밤이라 잠들지 못하고

攬衣開戶看
남의개호간
옷을 껴입은 채 문 열고 내다보니

靑山已破瓦
청산이파와
푸른 산은 벌써 깨진 기와 걷어내고

忽作白玉巒
홀작백옥만
어느새 백옥으로 지붕을 얹었네.

※17세기 말엽의 시인 김숭겸(金崇謙·1682~ 1700)이 지었다.
열세 살 되던 해의 한겨울 몹시 추운 날 큰 눈까지 내렸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다.

그래도 얼음 아래로 물은 흐르고, 고목 위로 달은 환하게 떠올랐다.
어린 소년에게는 눈으로 뒤덮이고 얼음에 갇혀도 움츠리지 않고
활동하는 것이 귀에 들리고 눈에 보였다.
눈이 내려도 아무렇지 않게 모두 잠에 빠졌건만 소년만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연히 밖을 내다본 그의 눈에 대대적인 공사가 끝난 것이 보였다.
그 짧은 사이에 산이 깨진 기왓장 다 걷어내고 백옥으로
새로 지붕을 덮어놓은 것이다.
열세 살 소년은 몸이 움츠러들어도 예민한 상상력은
움츠러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