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囉嗊曲(나홍곡)3./眞逸齋(전일재)

qhrwk 2025. 8. 24. 08:00

 

囉嗊曲(나홍곡)3./眞逸齋(전일재)

綠竹條條勁
녹죽조조경
푸른 대나무 가지마다 굳세고,

浮萍箇箇輕
부평개개경
부평초 하나하나 가벼웁구나.

願郞如綠竹
원랑여녹죽
님께서 푸른 대나무 같길 바라고,

不願似浮萍
불원사부평
부평초 같음을 바라지 않노라.

조선 초기 시인이고 문신이며 학자로,허균許筠이 [성수시화惺叟詩話]에서 우리나라
사람으로 유일하게 중국의 고시를 배워 그 법을 깊이 체득했다던,진일재眞逸齋 성간成侃의 <나홍곡囉嗊曲>(3)이다.
대나무는 사계절 푸르름과 곧음으로 흔히 절개를 상징한다.또한 가지마다 마디마다 굳세고 꺾일지언정 구부러지지 않아 선비의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랑에도 대나무의 푸르름과 굳세고 곧음이 님의 변치 않음과 닮았나보다.

부평초는 물 위에 떠서 이리저리 흔들리어 흔히 부질없는 인생에 많이 비유된다.
또한 흔들리며 변하기 쉬운 님의 마음과 닮았음인가.제발 내 님께선 저 푸르고 굳센 대나무처럼 어떤 유혹에도 변치 마시고,저 가벼이 물에 떠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부평초처럼
이 여자 저 여자에게 흔들리며 정情을 남용濫用하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어찌 반드시 남자만 그러하겠는가.평생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순이도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희망은 나만의 이상일지도.밤 늦은 시간 인적이 드문 거리를 홀로 걷다가, 문득 올려다 본 하늘의 흐린 달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내 눈에 고인 눈물 탓일까. 달이 흐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