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한시 입문서 백련초해(百聯抄解) 해제

qhrwk 2025. 10. 18. 07:31

한시 입문서 백련초해(百聯抄解) 해제

조선 중기의 문신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가 엮은 한시입문서(漢詩入門書) 

백년초해라는 책이 있다. 중국의 유명한 7언고시(七言古詩) 중에서 연구(聯句)
100수를 뽑아 글자마다 음(音)과 훈(訓)을 달고, 한글로 뜻을 새겨 번역한 책이다.
명종 때 판각(板刻)하였으며, 그 판본이 전라남도 장성(長城)의 필암서원(筆岩書院)에 소장되어 있다. 
초학자에게 漢詩를 가르치기 위하여 만든 교재인 셈이다. 연구(聯句)의 한자마다 "천자문"과 같이 
한글로 훈과 음을 단 뒤에 그 구의 번역을 하였는데, 金麟厚의 편찬이라고 전하여진다. 
그러나 원간 연대 등이 명확하지 않다.

국내에는 임진란 이후의 중간본이 수 종 전한다. 장성의 筆巖書院, 순천의 송광사에는 
아직도 책판이 보관되어 있다. 이들 판은, 차이가 있어 한자의 새김을 없애고 漢詩 聯句의 
순서를 다르게 하였다. 일본에 있는 동경대학본이 1973년 "국문학연구"(효성여자대학) 4집에
영인되었고, 임진란 이후의 간기 미상의 한 책이 1960년 대구대학에서
영인으로 출판된 적이 있다.

이 책이 500여년 만에 후손에 의해 번역되었다. 하서의 14대손인 김용숙(金容淑·69)씨가 한문과 
옛 한글로 된 하서 선생의 시문집 ‘백련초해(百聯抄解)’를 오늘날의 한글로 쉽게 풀어 쓴 책을 발간한 것이다.
하서 선생은 태극음양론, 사단칠정론, 천명사상에 통달하고 천문 지리 의약 율역에
정통해 조선의 정조대왕이 도학(道學)과 절의(節義), 문장(文章)을 두루 갖춘 사람은
하서 선생뿐이라고 극찬했던 대학자다. 백련초해는 조선 명종 때 하서 선생이 초학자(初學者)들에게 
한시를 가르치기 위해 고대 명시 가운데 칠언고시 100수의 한자 아래에 음을 달고 
그 옆에 한글로 뜻을 풀이한 문집으로 후손들에 의해 판각(板刻)으로
만들어져 전남 장성군 황룡면 필암서원에 보관 중이다.
필암서원 별유사(別有司)를 맡고 있는 김씨는 백련초해가 어려운 한문과 500여년
전의 한글로 인해 쉽게 읽히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까워 3년간 노력한 끝에 100수의 
칠언고시를 완벽하게 번역했다. 김씨는 “하서 선생은 ‘언문’이라고 한글을 천시하던
당시에 한글을 애용하고 전파했는데도 이에 대한 연구는 극히 미미했다”며
“국문학자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시에 담겨진 정신을 음미할 수
있도록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번역했다”고 말했다.
이돈주(李敦柱) 전남대 명예교수는 “백련초해의 470여개 어휘는 16세기 한글의
형태와 변천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며 “뒤늦게나마 후손이 하서 선생의
글을 현대 국어로 옮겨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백련초해(百聯抄解) 원문과 해석>

1.
花笑檻前聲未聽
화소함전성미청
꽃은 난간 앞에서 웃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고

鳥啼林下漏難看 
조제임하루난간
새는 수풀 아래서 우는데 눈물은 보이지 않네.

2.
花含春意無分別
화함춘의무분별
꽃은 봄을 맞아 누구에게나 활짝 웃건만

物感人情有淺深 
물감인정유천심
만물은 사람의 느낌에 따라 깊이가 다르구나.

3.
花因雨過紅將老 
화인우과홍장로
꽃잎에 비 지나가니 붉은 빛 시들고

柳被風欺綠漸除
류피풍기녹점제
버들가지에 바람이 하롱이니 푸른빛 사라지네.

4.
花下露垂紅玉軟
화하로수홍옥연
꽃 아래 이슬은 붉은 구슬을 드리운 듯 부드럽고

柳中煙鎖碧羅經
류중연쇄벽라경
버들이 물안개에 잠기니 푸른 비단이 널려 있네.

5.
花不送春春自去
화불송춘춘자거
꽃은 봄을 보내지 않아도 봄은 스스로 가고

人非迎老老相侵
인비영노노상침
사람이 늙음을 맞으려 아니해도 늙음이 쳐들어오네.

 

6.
風吹枯木晴天雨
풍취고목청천우
마른 나무에 바람 부니 맑은 날에 비 오는 듯 하고

月照平沙夏夜霜
월조평사하야상
망망한 모래밭에 달이 비치니 여름밤에 서리가 내린 듯.

7.
風射破窓燈易滅
풍사파창등이멸
찢어진 창으로 바람 들어오니 등불이 꺼지기 쉽고

月穿疎屋夢難成
월천소옥몽난성
달빛이 창문 사이로 들어오니 잠을 이루기 어려워라.

8.
花衰必有重開日
화쇠필유중개일
꽃은 시들어도 다시 필 날이 있거니와

人老曾無更少年
인로증무갱소년
사람은 늙으면 젊은 시절 다시 오지 않네.

9.
花色淺深先後發
화색천심선후발
꽃빛이 옅고 짙은 것은 핀 날이 다르기 때문이요

柳行高下古今栽
류행고하고금재
버드나무 키가 높고 낮은 것은 심은 날이 다르기 때문이네

10.
花不語言能引蝶
화불어언능인접
꽃은 말이 없어도 나비를 끌어 들이고

雨無門戶解關人
우무문호해관인
비는 문이 없어도 능히 사람을 가둘 줄 아네.

 

11. 
花間蝶舞紛紛雪
화간접무분분설
꽃밭에 춤추는 나비는 흰 눈이 흩날리는 듯하고 

柳上鶯飛片片金 류
상앵비편편금
버들가지 위에 나는 꾀꼬리는 조각조각 황금이로다.

12. 
花裏着碁紅照局
화리착기홍조국
꽃밭에서 바둑을 두니 붉은빛이 바둑판에 어리고

竹間開酒碧迷樽
죽간개주벽미준
대숲에 술자리를 벌이니 푸른빛이 술동이에 어리네.

13.花落庭前憐不掃
화락정전연불소
뜰 앞에 꽃 떨어져도 어여뻐 쓸지를 못하고

月明窓外愛無眠
월명창외애무면
창 밖에 달 밝으니 사랑스러워 잠 못 이루네.

14.
花前酌酒呑紅色
화전작주탄홍색
꽃 앞에서 술을 따르며 붉은 꽃빛 마시고

月下烹茶飮白光
월하팽다음백광
달 아래서 차를 다리며 흰 달빛 마시네.

15.
花紅小院黃蜂鬧
화홍소원황봉요
꽃이 붉으니 작은 뜰에 누런 벌들 잉잉거리고

草綠長堤白馬嘶
초록장제백마시
풀이 푸르니 긴 둑에 흰 말이 우는구나.

 

16.
花迎暖日粧春色 
황영난일장춘색
꽃은 따스한 날을 맞아 봄빛을 단장하고

竹帶淸風掃月光
죽대청풍소월광
대는 맑은 바람을 띠고 달빛을 쓰는구나.

17.郊外雨餘生草綠
교외우여생초록
성밖 들녘에 비온 뒤 돋아나는 풀잎이 푸르고

檻前風起落花紅
함전풍기낙화홍
난간 앞에 바람 일어나니 떨어지는 꽃잎이 붉구나.

18.  
霜着幽林紅葉落
상착유림홍엽락
그윽한 수풀에 서리 내리니 단풍잎 떨어지고

雨餘深院綠苔生
우여심원녹태생
깊은 뜰에 비 내리니 푸른 이끼 돋아나네.

19.月作利刀裁樹影
월작이도재수영 
초승달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나무 그림자를 자르고

春爲神筆畵山形
춘위신필화산형
봄은 신기한 붓이 되어 산의 모습을 그리는구나.

20.
山外有山山不盡
산외유사산부진
산 밖에 산이 있으니 산은 끝이 없고

路中多路路無窮
로중다로로무궁
길 가운데 길이 많으니 길은 무궁하구나.

21.
 山上白雲山上盖
산상백운산상개
산마루에 걸친 흰 구름은 산위의 양산이요

水中明月水中珠
수중명월수중주
물 속의 밝은 달은 물 속의 구슬이로구나

22.
山疊未遮千里夢
산첩미차천리몽
산은 첩첩해도 천리를 달려가는 꿈을 막지 못하고

月孤相照兩鄕心
월고상조양향심
달은 외로워도 고향을 그리는 두 마음 비춰보네.

23.
山僧計活茶三椀
산승계활다삼완
산중의 생활은 차 석 잔이면 되고

漁父生涯竹一竿
어부생애죽일간
어부의 생애는 낚싯대 하나만 있으면 된다네.

24.
竹根迸地龍腰曲 죽
근병지용요곡
대뿌리가 땅에 솟으니 용의 허리인양 구불구불

蕉葉當窓鳳尾長
초엽당창봉미장
파초잎이 창에 마주치니 봉황새 꼬리인듯 나풀너풀.

迸(병): 흩어져 달아나다. 솟아나다.

25. 
耕田野叟埋春色
밭가는 촌로(村老)는 봄빛을 땅에 묻고
경전야수매춘색

汲水山僧斗月光
급수산승두월광
물 긷는 산승(山僧)은 달빛을 떠서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