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한시 감상

무수한 산벌들이 사람을 따라오네

qhrwk 2025. 10. 21. 06:44

※ 명대(明代) 화가 소미(邵彌)의 <애련도(愛蓮圖)> 수권(手卷)

무수한 산벌들이 사람을 따라오네

古寺門前又送春
고사문전우송춘
오래된 절문 밖에서 또 봄을 보내니

殘花隨雨點衣頻
잔화수우점의빈
남은 꽃이 비를 따라 옷에 지누나.

歸來滿袖淸香在
귀래만소청향재
돌아오니 소매에 가득한 향기

無數山蜂遠趁人
귀래만소청향재
무수한 산벌들이 사람을 따라오네.

 옛 시인들은 계절을 이별하는 정서를 곧잘 시로 표현했다.
마치 연인들끼리 헤어지는 이별이나 되는 것처럼 떠나는 봄의 아쉬움을 나타낸 시이다.
낙화를 재촉하는 비 맞은 꽃잎이 바람에 날려와 소매에 붙는다.
해묵은 절문 앞에까지 갔다가 꽃잎을 옷에 붙여 돌아온 모양이다. 우량사(于良史)의
시구 “손으로 물을 뜨니 손안에 달이 있고 꽃 속에 놀았더니 옷에 향기가 가득하다.”
(掬水月在手 弄花香滿衣)는 말처럼 소매에 꽃향기를 묻히고 돌아오니,
벌이 사람을 따라 멀리 왔다는 과장법을 써서 시의 절정을 만들어 놓았다.

 이 시는 조선조 중기 문신 임억령(林億齡: 1496~1568)의 시이다 중종 때 진사에 합격
 벼슬길에 나아가 여러 요직을 지냈다. 홍문관 교리, 병조참지를 역임하다 
 나중에 강원도 관찰사도 역임하였다. 을사사화 때 동생 백령(百齡)과 뜻이 맞지 않아 갈등을 일으키다
 전남 동복의 서원으로 내려와 만년을 지냈다. 청렴결백한 성품으로 시문에 탁월하여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한다.
 문집 석천집(石川集)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