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교(板橋) 정섭(鄭燮)의 <難得糊塗> 탁편(拓片)
하늘 끝자락에 서늘한 바람 이는데
凉風起天末
량풍기천말
하늘 끝자락에 서늘한 바람 이는데
君子意如何
군자의여하
군자의 뜻 어떠한지 알 수가 없구나
鴻雁幾時到
홍안기시도
기러기는 언제쯤 찾아올까
江湖秋水多
강호추수다
강과 호수에는 가을 물이 넘치네
文章憎命達
문장증명달
문장은 명달을 싫어하고
魑魅喜人過
이매희인과
도깨비는 인간의 실패를 기뻐하나봐
應共冤魂語
응공원혼어
억울하게 죽은 원혼의 이야기가 안타까워
投詩贈汨羅
투시증멱라
시를 지어 멱라의 강물에 던져 주었네
이 시는 두보가 이백을 생각하면서 지은 지이다.
원제목이 ‘하늘 끝에서 이백을 그리워하다(天末懷李白)’로 되어 있다.
당나라 때 시(詩)의 쌍봉이었던 두 사람은 이백을 시선(詩仙), 두보를 시성(詩聖)이라고 불렀다.
나이는 이백이 11살 많았고 두보보다 8년 먼저 죽었다.
이 시는 이백이 죽고 난 뒤 두보가 외로운 마음으로 이백을 그리워한 시이다.
가을이 되자 하늘 끝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스라한 하늘 끝을 바라보면서 죽은
이백을 생각한다. 군자는 이백이다. 지상에서 불우했던 대시인의 삶이 천상에서는 편안한가
하는 안부의 생각으로 군자의 뜻이 어떤지 알 수 없다 하였다.
위대한 두 시인은 모두 불우한 생애를 살았다. 한때 잠시 말단의 관직에 몸을 담기도
했지만 정치에서 뜻을 펴지 못하고 언제나 현실을 개탄하면서 술로써 자신들을
달래며 시를 써서 현실을 잊으려 했다.
두 사람은 천하를 주유하면서 시로써 향수를 달래고 시의 서정으로 자신들을 위로했다.
특히 두보는 전란으로 곳곳을 유랑하면서 가난과 병고에 몹시 시달렸다.
이백이 61세에 죽고 두보는 59세에 죽는다.
‘문장은 명달을 싫어하고’는 시를 짓는 재주로는 입신출세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다. ‘도깨비는 인간의 실패를 기뻐한다’는 건 굴원(屈原)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하는 말이다.
초나라가 망하자 광인처럼 산발한 채 슬픔을 못 이겨 멱라수에 투신해 죽은
굴원의 원혼을 도깨비 귀신들이 좋아한다는 뜻이다. 뒷날 사람들이 시를 써서
굴원의 넋을 달래기 위해 강물에 던졌다 한다.

※ 청말근대 화가 금성(金城)의 <추간송도(秋澗松濤)> (1922年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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