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장 복회(福會) (3)
복회(福會) 8일간 여정의 마지막 날, 오늘은 무차법회(無遮法會)가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라벌 장터에서 건어물 장사를 하는 바도루(巴珎婁)라는 노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오늘은 그저께 장터에서, 어릴 적 부터 코를 질질 흘리며 다니던 거두부지(居杜夫智) 총각이 이젠 장가를 가게 되었다고 기뻐하시며 한 걸음에 달려 오셔서 춤을 덩실덩실 추시던 원효 스님께서 법사로 오신다고 하는 구먼... 어서 가 봅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반짇그릇을 팔고 있던 오례혜(烏禮兮)라는 아낙네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그래요? 아 그 스님! 거의 매일 장터로 나오시지...나오셔서는 늘 어디 아픈 사람 없소? 어디 배고픈 사람은 없소? 라며 물어보고 다니시지. 어제도 나오셔서 좋은 말씀해 주셨는데...참 고마운 스님이시지...그럼 어서 가서 좋은 말씀 들어 봅시다. 얼른 고구마라도 쪄서 공양을 올려야겠어요.”
무차법회(無遮法會)는 승속·귀천·상하의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재시(財施)와 법시(法施)를 행하여 공덕을 베푸는 대규모 법회이다. 특정한 의례나 절차가 엄격히 정해져 있지 않고 많은 음식과 설법을 베푸는 의식이다. 『범망경고적기(梵網經古迹記)』에는 여덟 가지 복전 (福田) 가운데 설무차회(設無遮會)를 들고 있으며, 양나라 무제가 동태사(同泰寺) 낙성식에서 승속(僧俗) 5만 명을 모아 사부(四部) 무차대회를 처음 행하였다고 전해진다.
“둥...둥...둥....” 법회를 알리는 범종 소리가 서라벌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옹기종기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면서 빼곡히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드디어 원효가 법단에 올랐다.
“하하하... 반갑소이다. 여러분. 편히들 앉아서 들으시오. 내가 오늘 이 복회의 무차법회에서 복이란 복은 모두 다 여러분들에게 돌려줄 참이요! 하하하” 원효는 법회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첫 일성으로 복전의 무한 회향을 말했다. “오늘 이야기 할 내용 중에는 조금은 어려운 이야기도 있겠지만, 이 모두가 귀에만 스쳐도 복이 된다는 부처님 말씀이 아니겠오. 하하하... 그러니 마음을 편하게 하시고 들으시길 바라오.” 늘 가까이에서 들었던 원효의 따듯하고 친근한 목소리는 법문을 들으려고 급하게 헐떡거리며 달려온 사람들로 하여금 푸근하게 마음을 내려놓고 법문을 들을 수 있게 하였다.
원효의 심심(甚深) 법문이 시작되었다.
“법화경 방편품(方便品)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여래는 다만 일불승(一佛乘)으로써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일체 다른 둘, 셋의 승(乘)은 없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일체중생이 모두 성불할 수 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제가 경전을 직접 읽겠습니다. ‘사리불이여, 부처님은 오로지 일불승으로 중생들에게 법을 설하실 뿐, 다른 이승이나 삼승은 참으로 있는 것이 아니니라. 다른 승은 참된 것이 아니며, 오직 일불승뿐이니라. 다만 여래가 방편의 힘으로 일불승을 삼승으로 나누어 설하였을 뿐이니라.’ 이 말씀은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께서 갖가지 방편과 인연과 비유로 법을 설하셨으나, 궁극에는 일불승으로 우리 모두를 이끌기 위한 것이었다라는 말씀입니다. 참으로 부처님께 감사해야 할 대목입니다.”
원효는 평소에 늘 사람들에게 강조해 왔던, 부처님 교설의 궁극 목표는 본래로의 부처임을 깨닫도록 하는 것임을 밝히면서, 삼승을 하나의 불승(一佛乘)으로 통합하고, 불성(佛性)과 결부하여 일체중생의 보편적 성불(成佛)을 다시 한번 선언하는 법문이었다.
“법화경 화성유품(化城喩品)에서는 ‘삼계가 나의 소유이자 중생은 모두 나의 자식이다’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내용은 부처님께서 그 어느 누구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끝내 모두를 고통으로부터 구제한다는 자비를 드러내는 말씀이며, 이것이 모든 중생의 성불을 약속하신 것입니다. 설사 지금 당장은 깨닫지 못했더라도, 비록 무량한 세월을 거쳐야만 한다면 거쳐서라도, 결국에 우리 모두는 부처님의 지혜(一切種智)를 얻게 된다는 점을 말씀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본래로 부터 부처의 성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효의 법문을 듣고 있던 사람들 중에는 내심 깊이 감동하여 법단을 향해 연신 절을 하는가 하면, 조용히 합장을 하고 듣는 사람들도 있었고, 환희로운 법문 대목마다 환호성을 치며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요즘 일간에서는 성문정성(聲聞定性) · 연각정성(緣覺定性) · 보살정성(菩薩定性 또는 如來定性) · 부정승성(不定乘性) · 무성천제(無性闡提)의 오성중에서 부정승성과 보살정성만이 성불할 수 있다고 하는 견해가 있어요... 그것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성불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은, 그 내용을 듣고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함일 뿐인 것이고, 결코 진실한 말이 아닙니다! 심지어 부처가 될 수 있는 종성(種性)이 끊어진 무성천제(無性闡提:깨달을 수 있는 성품이 없음) 까지도 결국에는 모두 다 성불하게 되어 있소이다.”
이 법문의 내용은 후에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의 제6문 「오성성불의화쟁문(五性成佛義和諍門)」의 대목에서 재차 정리되어 논의되어 진다.
원효의 강력한 그야말로 최상승(最上乘)의 논리가 사람들에게 거침없이 퍼져나갔다.
과연 무차법회(無遮法會)의 의미에 충실한 법문이 계속되고 있었다.
“다음으론 인연(因緣) 따라 생멸하는 육신(色身)과 금강불괴의 법신(法身)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조금은 듣기 어렵더라도 귀 기울여 들어 보시길 바라오”
원효는 더욱 진지하게 법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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