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장 복회(福會) (5)
“화엄경 이세간품(二世間品)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청정한 계율에 대해 법문하겠습니다.
잘 듣고 기억해서 실천하길 바랍니다. 우선 몸과 말이 청정한 계율이니, 살생(殺生)과 투도(偸盜)와 사음(邪婬), 그리고 망어(妄語)와 기어(綺語)와 악구(惡口)와 양설(兩舌)을 금하고, 다음으론, 마음이 청정한 계율이니, 탐욕과 성내는 일과 삿된 소견을 금하고, 배워야 할 계율을 잘 배우고, 항상 마음속엔 보리심인 불심(佛心)을 가져야 합니다. 나 자신보다는 남을 우선해서 배려하는 마음, 청정한 마음, 정직한 마음, 선량한 마음, 육바라밀의 마음, 사섭법(四攝法)의 마음, 사무량심(四無量心)의 마음,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악막작(諸惡莫作) 중선봉행(衆善奉行) 자정기의(自淨其意) 시제불교(是諸佛敎)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선한 법을 수행하고, 늘 중도실상(中道實相)의 바른 견해를 갖는 것, 이것이 청정한 계율을 지키는 것이자 불교를 바르게 아는 법입니다.” 원효는 한 사람이라도 잘 알아듣고 이해해서 실천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빠짐없이 둘러보았다.
“이제 여러분들이 지혜로워지는 방법에 대해 화엄경 십지품(十地品)에서 설해 놓으신 부처님의 말씀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여러분들이 명심하여야 할 내용은, 진정한 선지식을 친근하여 공경하고 공양하고 존중하여 예배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그 가르침에 수순하여 어기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스스로 교만을 여의고 항상 겸손하고 공경하며,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남에게 해를 끼쳤던 행동이나, 원망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힐난했던 마음을 부끄러워하며 뉘우치고, 항상 사람들에게는 부드럽고 따듯하게 대하며, 육념(六念)으로서 염불(念佛)과 염법(念法)과 염승(念僧)과 염계(念戒)와 염시(念施)와 염천(念天)을 하여서, 늘 부처님 법을 좋아하고 이치를 좋아하며, 법으로서 즐거움을 삼아서, 부처님 말씀을 듣기를 좋아하여 싫어하지 않아야 합니다.”
원효는 자세하고도 구체적인 예로써 법문을 이어갔다.
“세상에 흘러 다니는 세상 이야기에 마음을 쏟기 보다는, 전심으로 출세간의 말을 깊이 들으며, 육바라밀을 마음에 오로지 짊어지고, 마음으로는 항상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기를 좋아하며, 자기의 감정을 조복 받고 다른 이의 뜻을 존중하며, 일체 모든 법이 요술과 같고, 아지랑이 같고, 물속의 달과 같고, 꿈과 같고,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고, 영상 같고, 공중의 그림과 같고, 돌리는 불의 바퀴와 같고, 무지개의 색과 같고, 해와 달의 광명과 같아서, 모양도 없고 형상도 없고, 항상 하지도 않고, 아주 없지도 않고, 온 것도 아니고 가는 것도 아니고, 또한 머무는 데도 없는 것과 같이 관찰해서, 일체 법이 생겨 나는 일도 없고 멸하여 없어지는 일도 없음을 아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적멸(寂滅)한 데로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는, 깊이 믿고 의심하지 않고 비방하지 않고, 모든 법이 연기(緣起)하는 이치를 보고 그 법이 텅 비었음을 보는 것이 바로 지혜를 이루는 방법입니다.”
보살의 지혜 수행을 설명하시며, 모든 법(法)의 무상(無常)과 공성(空性)을 비유적으로 깨닫게 하는 말씀이었다. 원효는 진정 사람들의 스승이었다. 저리도 소상히 그들 모두가 지혜로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자비(慈悲)법문을 하는 것인가? 항상 ‘중생’을 위한 마음뿐이었던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이 8일 동안의 긴 시간 동안에 닦은 복과 공덕을 바르게 회향하는 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원효는 화엄경 십회향품(十廻向品)에 있는 부처님의 말씀에 대해 법문하기 시작했다.
“색법도 무색법도 없는 것이요(無有色法無色法), 생각이 있고 생각이 없는 것도 다 없으며 (亦無有想無無想), 있는 법도 없는 법도 모두 없나니(有法無法皆悉無), 온갖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줄 알도다(了知一切無所得). 라고 하셨습니다. 이 한 게송에 없다는 뜻을 가진 글자(無)가 여덟 자나 됩니다. 끝내는 온갖 것이 아무것도 없는 줄을 알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네들의 일체 고통은 이와 같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지요...
언제나 없는 것을 ‘있다’고 여기는 어리석음 때문에, 탐욕을 부리고 분노를 터트리고 애착을 가지는 것입이다. 그리고 일체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긴 것이라(一切諸法因緣生), 자체 성품이 있지 않고 없지도 않아서(體性非有亦非無), 필경에는 인연과 인연으로 생긴 것들에는(而於因緣及所起) 집착 없도다(畢竟於中無取着). 라고 하셨습니다. 이 부처님의 말씀은 일체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기고 인연으로 소멸한다는 뜻입니다. 일체 중생들의 말하는 곳이(一切衆生語言處), 그 가운데 얻을 바가 없어서(於中畢竟無所得), 이름과 모양이 분별임을 알고(了知名相皆分別), 모든 법이 무아(無我)임을 분명히 아네(明解諸法悉無我). 라고 하셨습니다.
한 그루의 큰 소나무도 인연으로 생긴 것이고, 한 채의 큰 법당도 인연으로 생긴 것이고, 사람도 인연으로 생긴 것이며 다시 또 인연으로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잠깐 말씀드린 내용입니다만, 다시 한번 더 강조해서 말씀드리는 이유는 결국 일체 부귀공명도 모두 인연으로 생겼다가 인연으로 소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자체의 성품을 있다고도 할 수도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으니, 필경에는 그 무엇도 집착할 것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여서 법회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져 있으나, 이 법문이 끝나고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고 나면 법회란 것이 없는 것과 같다는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중생들의 성품이 본래 적멸해서(如衆生性本寂滅), 이와 같이 일체법을 모두 잘 알며(如是了知一切法), 삼세에 남김없이 다 포섭되어서(三世所攝無有餘), 세계와 모든 업이 모두 평등하도다(刹及諸業皆平等). 라고 하셨습니다. 참 좋은 부처님 말씀입니다. 이 부처님의 말씀은 연기(緣起)와 공성(空性)과 무아(無我)의 이치가 적멸(寂滅)과 같은 것이 된다는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지혜’로써 회향을 하면(以如是智而廻向), 이러한 이해를 따라서 복이 많이 생기고(隨其悟解福業生), 모든 복덕 모양들도 이러한 이해와 같게 되리니(此諸福相亦如解), 어찌 다시 그 가운데 더 얻을 것이 있으랴(豈復於中有可得). 라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툭 터져서 시원해지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렇습니다! 일체 존재의 연기와 공성과 무아와 적멸의 이치를 잘 깨달아 아는 지혜로써 회향하면 이와 같이 큰 복이 생기는 법입니다. 허나 결국 그 큰 복도 역시 연기와 공성과 무아와 적멸의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게 된다는 고결한 부처님 말씀입니다.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오늘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진 두두 물물이 모두가 하나같이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아름답게 장엄한 모습(世主妙嚴)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이 세상 주인이 아닌 존재가 있겠습니까. 하늘은 하늘, 구름은 구름, 산은 산, 물은 물, 그 또한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아름답게 장엄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모든 사람, 모든 생명 모두가 이미 그대로 여래로서 그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사람의 진실한 모양은 본래로 부처님이라는 사실이며, 그 외의 일체 존재도 또한 불생불멸(不生不滅)이며, 진공묘유(眞空妙有)며, 둘이 아닌 완전한 하나라는 것이 진실한 모양입니다. 삼라만상과 천지만물은 각각의 모습대로 여래가 천백억화신으로 나타나서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작용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아름답고 인생 또한 경이로울 뿐인 것입니다.
이와같이 세상을 알고 인생을 아는 사람은,
오로지 그 미묘한 덕을 찬탄하고 또 찬탄할 뿐(佛德自莊嚴)!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진정 아름다운 꽃으로 장엄한 여러분들이 바로 성스러운 대중(華嚴聖衆)이신 겁니다.
여기에 모인 모든 분들이 이번 복회(福會)에서 가지셨던 원력(願力)과 큰 복들을 ‘지혜롭게’
이 세상 모든 중생들에게 널리 회향합시다!
오늘 법문은 여기서 마치기로 하겠소이다! 또 봅시다!”
마지막 날 원효의 ‘무한 회향’ 법문을 끝으로 행사는 모두 마무리가 되었다.
작은 서원으로 시작하여 최상승 지혜의 법문으로 회향한 서라벌의 복회는 참된 복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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