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화엄삼매 (4)
“오늘 스승님의 화엄경 강의 중에 ‘삼매(三昧)’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보현보살의 몸이 ‘허공과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의상스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오늘 지엄스님의 화엄경 강의 중 보현삼매에 관해 의상의 견해를 묻는 법장의 질문이었다.
“예 스님, 그 내용은 본래 범본(梵本)에는 보현삼매위덕신변품(普賢三昧威德神變品)이라고 되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읽은 바로는, 보현보살의 몸이 허공과 같다는 것은 법성신(法性身)이라는 뜻인데, 법성이 그대로 보현보살의 몸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뜻은, 실로 법성은 원융하여 두 가지 모양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법계의 성품이 그대로 보현보살의 몸이며 따라서 곧 모든 존재 그 자체이다라는 말씀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의상은 간단히 의견을 피력했고, 곧이어 법장의 질문은 이어지고 있었다.
“예 의상스님, 그러면, 예컨대 집을 지어도 먼저 그 설계가 필요하고, 작은 일을 하더라도 계획을 먼저 세워져야 하는 것처럼, 그 삼매의 근본의 힘은 모두 사유삼매(思惟三昧)에서 나온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또 말씀하시기를 이미 모든 중생들의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서 널리 나타나 있다...라는 말은 또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법장은 다시 질문에 질문을 더해 갔다. 의상은 법장의 질문들이 쉽게 답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침착하게 이해한 바를 정리하듯이 답을 이어갔다.
“제가 부족하여, 자세히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말씀드리자면, 스승님께서 강의 중에 보현행원의 힘에 대해 말씀하셨지요...그런데 그 근본이 무엇이겠습니까. 바로 보현삼매(普賢三昧)라고 생각을 합니다.
법성신(法性身)과 법성토(法性土)는 모두가 그림자다... 라고 하는 말이 화엄경에 있습니다. 일체가 오직 마음이 만든 것이라면, 마음의 그림자 아닌 것이 없다는 말씀이지요. 그렇다면,
또 화엄경에 보면, ‘보현보살마하살이 여래 앞에서 연화장 사자좌에 앉으사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삼매에 들어갔습니다. 이 삼매는 이름이 일체제불비로자나여래장신(一切諸佛毘盧遮那如來藏身)이었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보현삼매는 보현보살이 여래의 가피를 얻어서 여러 보살들의 마음을 짐작하고, 불가사의한 미묘 법문을 연설하려고,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에 들어가서 안으로 사실과 이치를 관찰하고 밖으로 모든 대중들의 근기 즉, 마음에 하고자 바라는 바를 살펴서, 설법할 자세를 완전하게 갖춘다고 하는 삼매입니다.” 의상의 답변은 그 깊이를 더해 가고 있었다.
“보현보살의 삼매는 매우 뛰어난 삼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 삼매의 본체와 현상과 그 작용을 낱낱이 드러내 밝혔고, 보살의 삼매이지만, 그 이름은 다름이 아닌 바로 비로자나여래의 삼매라고 되어 있습니다. 삼매에 들어가니 저절로 일체 부처님의 평등한 성품에 들어가게 되고, 온 법계에 가지가지 영상들을 나타내 보이게 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곧 삼매에 들어감으로써 일체 부처님과 하나가 되고, 또한 법계와도 하나가 되는 경계를 설명하였습니다. 진실로 삼매란 이와 같이 깨달음의 활발발(活鱍鱍)한 지혜 작용이지, 결코 살아있는 사람이 가만히 앉아 목석과 같이 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상의 논리 정연한 답변은 화엄경의 본문으로 옮겨갔다.
“화엄경에 보면, 보현삼매를 나타내는 구절에서 ‘넓고 크고 걸림 없음이 허공과 같아서 법계바다의 소용돌이에 다 따라 들어가서(廣大無礙 同於虛空 法界海漩 靡不隨入), 일체 모든 삼매의 법을 출생하고, 널리 시방 법계를 감싸서 거두어들인다(出生一切諸三昧法 普能包納十方法界)’라고 말씀해 놓으셨습니다. 이는 보현삼매의 현상은 끝없이 넓으며 무한히 크다는 말씀이고, 그래서 걸림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비유하자면 허공과 같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온 우주 법계의 소용돌이 속에 남김없이 다 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현삼매에 들어가면 그 순간 일체 모든 삼매의 법을 출생하게 되어, 일체 모든 삼매의 모체가 된다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시방 법계를 이 보현삼매 속에 다 감싸서 거두어들이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의상은 논리정연하게 원문을 인용해 가며 설명해 나갔다.
“그래서 화엄경에 말씀하시기를 ‘삼세 모든 부처님의 지혜 광명 바다가 모두 여기에서 나와 시방에 펼쳐진(安立) 세계 바다들을 다 나타내 보인다(三世諸佛 智光明海 皆從此生 十方所有諸安立海를悉能示現).’라고 하여 일체 부처님의 공덕 바다를 다 성취하고, 일체 부처님의 법륜을 유통하고 보호해 지니며, 이 삼매로 인해 먼 미래에까지 부처님의 말씀과 공덕을 무궁무진하게 펼쳐낼 수 있다는 뜻이 되므로, 이 삼매는 이와 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의상의 답변을 듣고 있던 법장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야말로 의상은 이미 화엄경을 회통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은 이러한 선정을 통해 지혜 광명이 발현되는(發光地) 근거를 알게 되었다. 법장은 질문한 내용에 대해 의상이 답변한 내용 중 기억해야 할 것을 빠짐없이 기록하여 남기고 있었다. 이어서 법장은 이미 질문한 내용 중에서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원했던 내용을 다시 질문하고 있었다.
“예 스님, 그러면 화장장엄세계의 장엄에 대해 조금 더 말씀해 주실 수 있을런지요?” 의상은 잠시 기억을 되살리려고 눈을 감았다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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