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장 화엄삼매 (5)
의상은 약간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법장스님, 저도 사실 그러한 내용을 화엄경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있던 터라, 앞으로 같이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오래전 능엄경(楞嚴經)을 읽다가 기억해 놓은 부처님 말씀이 있습니다.” 의상은 법장의 어려운 질문을 받고 답하는 동안, 자신이 그간 노력해 이루어 놓은 공부의 한계를 분명히 느끼고는 있었지만, 질문하신 법장스님에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허공이 대각(大覺) 가운데서 생기게 된 것이(空生大覺中) 마치 바다에서 물거품이 하나 일어난듯하고(如海一漚發) 작은 먼지같이 무수한 유루(有漏) 국토들이(有漏微塵國) 모두 허공을 의지하여 생겼도다(皆依空所生) 물거품이 소멸하면 허공도 본래 없거늘(漚滅空本無) 하물며 다시 삼유(三有)가 있겠는가?(況復諸三有) 라고 말씀해 놓으셨습니다.” 의상이 인용한 이 구절은 능엄경(楞嚴經) 권5(卷五)에서 허공장보살의 삼매(禪定)설명과 관련된 대각(大覺)의 성품을 논하는 대목인데, 여래장(如來藏) 진심의 발현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대각(大覺)이라는 지혜의 눈과 대각이라는 마음의 힘을 이용하여, 무한의 마음 위에 무한의 우주가 건립되어 있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우선 생각하기엔, 결국 그것의 기록이자, 우리의 마음이 무한히 확대되어 나타나 보이는 것이 바로 화장장엄세계(華藏莊嚴世界)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씀은 여래가 나타나신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에는 수많은 부처님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역사상에 등장하였던 세존으로부터 법신불, 보신불, 화신불, 지혜신, 복덕신, 업보신, 아미타불, 미륵불 등등입니다. 그 모든 부처님을 아우르며, 그 모든 부처님의 근본이 되는 부처님이 곧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라고 말씀하고 있지요.” 의상은 먼저 기억을 더듬어 기본이 되는 내용들을 답하고는 화엄경의 내용으로 옯겨 갔다.
“화엄경에 보면 ‘마치 햇빛이 비침으로 인해서 다시 해를 보듯이(如因日光照 還見於日輪) 내가 부처님의 지혜 광명으로(我以佛智光) 부처님의 행하신 도를 보도다(見佛所行道).’ 라는 귀한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아주 좋아하는 화엄경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부처님의 위대한 지혜와 자비와 교화와 원력 등을 이해하려면, 스스로가 그와 같은 지혜와 자비와 교화와 원력 등의 수행을 행하게 되면, 그 지혜 광명으로 부처님의 모든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는 말씀이지요. 비유하자면 해를 보려면 햇빛이 있어야 하고, 햇빛으로 결국 해를 보는 것과 같다는 말씀입니다. 결국 그와 같은 수행이 있는 사람은 부처님의 경계를 알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이와같이 이 말씀의 의미는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는 본래로 구족성(本自具足)과 청정성(本自淸淨)과 불생멸성(本不生滅)과 부동성(本無動搖)과 무한 창조성(能生萬法)이 갖춰져 있음을 이야기하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화엄경에서, ‘그것을 깨달아 발심하고 회향해서 보리에 나아가고(發心迴向趣菩提), 일체 모든 중생들을 자비로 생각해서(慈念一切諸衆生), 보현의 광대한 원(願)과 행(行)에 모두 다 머물게 되면(悉住普賢廣大願行) 마땅히 법왕처럼 자재함을 얻으리라(當如法王得自在).’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바로 깨달아 발심하고 회향해서 보리에 나아가고 일체 모든 중생들을 자비로 생각해서, 보현의 광대한 원행(願行)에 머물면 마땅히 법왕처럼 자유자재한 환경을 얻게 될 것이다... 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것이 일체법의 실상(實相)자리이며, 본래의 부처님의 자재한 처소이자, 한량 없는 부처님의 공덕이 가득한 향수해(香水海)인 화장장엄세계라고 생각합니다.” 의상은 이 모든 세계는 보통 사람으로서도 이르러 갈 수 있는 최고의 궁극적 정신 차원에 이른 비로자나부처님의 공덕이 펼쳐진 세계임을 설명하고 있었다.
“실로 말씀하신 내용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의상스님, 그런데 앞서서 보현삼매에 대해 잠깐 말씀하셨는데, 혹시 그것이 실현되는 구체적인 모습에 대해서도 여쭈어봐도 될런지요?”
“조금 전 말씀 올렸던, 보현보살의 삼매를 설명하는 보현삼매의 내용은, 그 뜻이 곧 화엄경의 마지막품인 보현행원품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화엄경 전체를 꿰뚫고 있는 것은 보현보살의 보살 행원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할 때는 불교의 처음이며 그 끝은 보살의 행원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상은 단호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보현보살이 삼매에 들고 나심을 위시하여 모든 보살, 모든 사람, 모든 생명 일체가 동시에 삼매에 들고 남을, 이미 부처님께서 상서로써 증명해 보이셨습니다. 그때 우주 전체가 미동함을 보였으며, 모든 세계가 보배로 장엄 되었으며, 아름다운 소리로 정법을 연설하고 있었으며, 대중이 모인 도량에 커다란 마니보석구름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이는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도 바른 선정과 바른 삼매에서 자신의 삶을 잘 관찰해보면, 이미 이와 같은 풍요와 이와 같은 지혜 광명과 이와 같은 공덕과 이와 같은 행복과 이와 같은 자유와 이와 같은 평화가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밝힌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상은 화엄경의 비유를 실제 생활 속에서 확인되는 이야기로 대비해 가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그래서 일체 보살들의 보살행을 대표한 보현승행(普賢勝行)을 실천할 때, 즉 널리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을 부처님으로 예배하고 공경하는 것으로써 그 마음의 작용이 드러나 세상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요,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을 부처님으로 우러러 찬탄하므로써, 또한 그렇게 되는 것이며,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을 부처님으로 널리 법공양하므로써, 그렇게 되는 것이며, 스스로의 업장과 잘못을 뉘우치고 참회하는 것으로써, 또 다른 사람의 공덕을 따라 기뻐하는 것으로써, 더불어 모든 사람들에게 설법하여주기를 청함으로써, 그리고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을 부처님으로 여겨서 세상에 오래 머무시기를 청하는 것으로써, 겸손하게 모든 사람 모든 생명을 부처님으로 여겨 항상 따라 배우는 것으로써, 매번 항상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여 따라주는 것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수행과 공덕을 다른 사람 다른 생명에게 회향하는... 이와 같은 일들을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의 세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할 때까지 하는 것으로써, 그렇게 온 법계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대심중생(大心衆生)이라고도 하지요” 의상은 보현삼매로부터 실천되는 보현행원의 실천덕목을 자세히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화엄경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에 ‘일체중생은 뿌리가 되고 부처님과 보살들은 꽃과 열매가 되어 자비의 물로 중생들을 이롭게 하면,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의 지혜의 꽃과 열매를 이루느니라.’라고 하였듯이, 이러한 보현보살의 위대한 삼매의 힘으로 곧 비로자나부처님의 의보(依報)인 화장장엄세계가 드러나서 성취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현보살의 삼매의 능력은 이와 같습니다.” 답변을 듣고 있던 법장은 속으로 의상의 답변이 명료함에 탄복을 하고 있었다.
'불교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3권 《하늘의 인연》 - 제7장 천의(天意) (1) (0) | 2026.05.06 |
|---|---|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3권 《하늘의 인연》 - 제1장 화엄삼매 (6) (1) | 2026.05.01 |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3권 《하늘의 인연》 - 제1장 화엄삼매 (4) (0) | 2026.05.01 |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3권 《하늘의 인연》 - 제1장 화엄삼매 (2) (1) | 2026.05.01 |
|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3권 《하늘의 인연》 - 제1장 화엄삼매 (1) (0) | 2026.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