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3권 《하늘의 인연》 - 제9장 천의(天意) (3)

qhrwk 2026. 5. 6. 07:45

 

제9장 천의(天意) (3)

 

원효는 몸을 오른쪽으로 큰 원을 돌 듯 돌며 팔을 쫘악 펼치고는, 발꿈치를 구르며 빙글빙글 돌았다. 호리병박을 앞세우고 나아갔다 물러서기를 반복하며, 마치 바람에 실려 춤을 추는 깃발처럼. 원효는 그렇게 장터 법문을 시작했다.

 

“위대하도다, 보살이여. 지혜가 만족하고 항상 본각의 이익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는구나.

가거나 서거나 앉거나 눕거나 항상 본각의 이익에 머물며 가지가지 중생을 이끌어 주니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구나.

 

부처님이시여, 크게 깨달으신 부처님이시여,

중생에게 생각 없는 법(無念法)을 설하시니 생각도 없고 생김도 없는 마음이여,

그 마음 항상 생겨서 소멸하지 않고 순일한 깨달음은 본각의 이익.

 

가지가지 본각을 이롭게 하는 것은 마치 저 금전을 얻은 것 같아서

얻은 것이 곧 얻은 것이 아니어라. 

 

어제의 너는 바로 오늘의 너, 오늘의 너는 곧 내일의 너, 모두 하나의 달이지.

일심으로 통하는 차별 없는 부처라네! 맑고 밝은 둥근 보름달이라네!”

 

노파 하나가 “스님, 또 미쳤소? 도대체 갑자기 왜 이러시는거요?” 하며 답답한 듯 찡그린 표정을 짓자, 원효는 갑자기 춤을 멈추고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아 박을 내밀었다. “할매, 이 박 속에 뭐가 들었소? 물? 해골 국물? 다 무애(無碍)라오! 막힘이 없으면 생사도 뚫고 나가네! 나무아미타불!” 그러더니 원효는 노파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는 다시 벌떡 일어나 ‘음아어이우’ 오행소리를 길게 끌며 몸을 흔들었다. 흥이 올라 팔을 내저으며 풀쩍 풀쩍 뛰니, 아이들까지 따라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합창했다.

 

“모두가 꽃이요. 너도 나도 계절마다 들판에 꽃으로 가득 피어나는. 색깔과 모양과 향기가 모두 다른 꽃!  높고 넓어 엉킴도 다툼도 없다네!  당신의 눈동자 속에 든 나의 부처. 나의 눈동자 속에든 당신의 부처. 모두 모두 눈을 떠라! 눈을 떠라!”

 

장터에서 원효를 처음 마주치는 사람들은 처음엔 광대로 여기다가, 곧 눈시울 붉히며 염불을 따라 외우기 시작했다. 원효의 발밑엔 술잔과 떡덩이가 쌓였으나, 그는 하나 쥐지도 않고, 웃으며 춤을 췄다. 먼지 속에 남은 박 소리가 정확히 장단을 맞췄다. 떠들썩한 한바탕의 노래와 춤이 이어지는 동안, 모여 앉은 사람들과 어린아이들은 솔방울, 나무토막등 손에 잡히는 데로 아무것이나 악기로 두드리며 ‘나무아미타불’로 추임새를 넣곤 했다. 한바탕 원무가 끝나고 장터 마당에서는 원효가 들려주는 법문이 시작되었다.

 

“여러분! 부처 종자도 범부 종자도 모두 인연으로 생깁니다. ‘제법종연생 제법종연멸 아불대사문 상작여시설(諸法從緣生 諸法從緣滅 我佛大沙門 常作如是說). 제법이 인연으로부터 생기고 제법이 인연으로부터 사라지니, 우리 부처님 대사문께서는 항상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고 하셨습니다. 오로지 부처 종자 심는데 마음을 쓰면, 온갖 공덕이 여기서 나올 것입니다.

 

범종(凡種)과 불종(佛種), 부처 종자도 인연으로 생기고 범부 종자도 인연으로 생기는 것 입니다.  전부 인연으로부터 생기는 것이기에, 범부도 없고 제불도 없고 다만 인연만 있을 뿐입니다. 그것이 제법입니다. 모두 인연법(因緣法)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인연법은 무엇인가. ‘공(空)’입니다. 공이라고 하는 것은 생겨도 생긴 것이 없으니까 불생(不生)이고 사라져도 사라진 것이 없으니까 불멸(不滅)입니다. 불생불멸이 공이고, 공이 인연입니다. 이것을 알면 바로 해탈(解脫)입니다. 여러분! 해탈하세 해탈하세 해탈하세!” 원효의 인연 법문에 장터에 모인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열심히 경청하고 따라서 흥겨워 하고 있었다.

 

“또 여러분! 인연은 무생(無生)’이라, 생긴 것이 없는 것을 아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또 ‘인연은 무아(無我)’라, 내가 없는 것을 아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인연은 무법(無法)’이라, 법이 없는 것을 아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마음과 현상이 서로 떠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이 있는 그대로 전체가 마음입니다. 형상과 마음을 떼어내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바로 범부이고, 형상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 형상과 마음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면 깨달음입니다. 마음이 있는 곳에 형상 없는 곳이 없고, 형상이 있는 곳에 마음 없는 곳이 없습니다.”

 

“저분이 누구신데 저런 유장한 법문을 펼치는 겁니까?” 이웃 지방에서 처음 서라벌 장터에 물건을 팔러 온 사람들이 물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아낙네가 “글쎄나 이젠 소성거사라 하신다던가? 하지만, 저한테는 늘 따듯하게 해주시던 고마운 분이죠...우리 어머니는 저분 말씀데로 나무아미타불 염불로 화병을 고쳤어요 호호호...암만 암만, 저 거사분이 매일 지극정성으로 가르쳐 주셨거든요” 웅성거리던 사람들 무리 사이로 원효는 조용히 벗어났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속으로 거듭 확인하고 있었다. “여래가 교화하시는 일체중생이 모두 일심의 유전 아님이 없다. 일심은 적멸한 것이어서 그것은 여래장과 다르지 않다.”

 

책상 위 촛불이 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원효는 하루 있었던 일을 조금씩 되돌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력보살이 질문한 해탈법에 대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지... ‘마음과 현상이 둘이 아니면(心事不二), 그 작용이 내행(內行)과 외행(外行), 출입(出入)이 둘이 아니고, 일상(一相)에도 머무르지 않으며, 마음에 득실(得失)이 없고, 하나이면서 하나의 처지가 아닌 곳에 해맑은 마음이 흘러 들어가면 이것을 일컬어 마음의 관(觀)이라고 한다’ 고 말이야...” 원효는 금강삼매경의 부처님 말씀을 되새기고 있었다. “이 뜻은 바로 세간적 마음은 초탈한 공으로 초월하면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고, 출세간적 공은 깊고 넉넉하게 세간적 마음으로 내재(內在)되면서, 진여와 세속을 평등하게 융화시키지만, 그렇다고 하나로 이름하여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씀인 것이다...음...” 원효는 끊임없이 일심에 관한 부처님의 말씀을 사유(思惟)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