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8권 《한마음》 - 제1장 법지(法池)

qhrwk 2026. 5. 15. 20:37

 

제1장 법지(法池)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문무왕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 가장 시급했던 과제로써 유민들을 정서적으로 통합하고 전쟁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정서를 다독이며, 국력을 결집하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과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접경 지역이자 갈등의 중심지였던 영주 봉황산(鳳凰山)이 위치한 곳에 화엄의 도량을 세울 것을 의상대사에게 명하여 전쟁의 원한을 씻어내고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였다.

 

부석사(浮石寺) 무량수전(無量壽殿)이 바라다보이는 전각에서 의상은 의상십철(義相十哲)이라 불렸던 제자들을 모아놓고 소참 법문을 이어가고 있었다.

 

“중생을 성숙시키고, 중생을 조복하고, 중생을 교화하고, 중생을 깨우치고, 중생을 청정케 하는 일, 이 모든 것을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라고 늘 마음속에 다짐해야 합니다. 언제나 이와 같은 원력이 있어야 합니다. 주변에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을 볼 때 이것은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보살의 마음인 것입니다.

 

내가 마땅히 한 중생을 위하여서 시방세계의 낱낱 국토에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겁을 지내면서 교화하여 성숙케 할 것이며, 한 중생을 위하는 것과 같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서도 그와 같이 할 것이요, 마침내 이것으로서 싫거나 고달픈 마음을 내어 그냥 버려두고 다른 데 가지 아니할 것이니라고 하는 큰 자비심으로 중생을 구제하려는 서원을 세워야 합니다.

 

화엄경에 보면 이치를 따라서 자비(慈悲)를 일으키는 것에 대해 말씀하고 있습니다. ‘큰 보리심을 영원히 버리지 않고(永不捨離大菩提心) 중생을 교화하는 마음이 항상 퇴전하지 않으며(恒不退轉化衆生心) 큰 자비심이 더욱 증장하여 일체중생의 의지할 데가 되느니라(轉更增長大慈悲心 與一切衆生 作所依處)’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수행자가 어떤 수행의 단계에 있든 관계없이 큰 보리심을 영원히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또 중생을 교화하는 마음이 항상 퇴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큰 자비심이 더욱 증장하여 일체중생의 의지할 데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부처님 법을 공부하여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보살의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중생을 성숙시키지 않으면 누가 성숙시키며, 내가 중생을 조복하지 않으면 누가 조복하며, 내가 중생을 교화하지 않으면 누가 교화하며, 내가 중생을 깨우치지 않으면 누가 깨우치며, 내가 중생을 청정케 하지 않으면 누가 청정케 하겠는가 이것은 나에게 마땅한 일이니 내가 하여야 하리라고 마음을 먹어야 하겠습니다.

 

또 화엄경에 '만일 나만 이 깊은 법을 알면 오직 나 한 사람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홀로 해탈할 것이다(復作是念 若我自解此甚深法 唯我一人 於阿耨多羅三藐三菩提 獨得解脫) 다른 중생들은 캄캄하고 눈이 없어 큰 험난한 길에 들어갈 것이며(而諸衆生 盲冥無目 入大險道) 모든 번뇌에 속박이 되어 중병에 걸린 사람이 항상 고통을 받는 것 같을 것이며(爲諸煩惱之所纏縛 如重病人 恒受苦痛) 탐애의 옥에 떨어져 나오지 못할 것이요(處貪愛獄 不能自出) 지옥. 아귀. 축생. 염라왕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여 고통을 소멸하지 못하고(不離地獄餓鬼畜生閻羅王界 不能滅苦) 악업을 버리지 못할 것이며, 어두운 데 항상 있으면서 진실한 이치를 보지 못하고(不捨惡業 常處癡闇 不見眞實) 생사에 윤회하면서 벗어나지 못하고(輪廻生死 無得出離) 팔난(八難)에 있으면서 더러운 때에 물들고(住於八難 衆垢所着) 갖가지 번뇌가 마음을 가리어서(種種煩惱 覆障其心) 삿된 소견에 빠져 바른 도를 행하지 못하리라(邪見所迷 不行正道)’고 하셨습니다. 깨달음을 스스로 증득하는 것을 자각(自覺)이라 하고, 다른 사람을 깨닫게 하는 것을 각타(覺他)라고 합니다. 자신도 깨닫고 다른 이도 깨닫게 해서 각행(覺行)이 원만하게 되는 것이 불교 최고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만 깨닫고 다른 사람은 깨닫지 못한다면 깨닫지 못한 사람에게 돌아올 불이익이 이와 같이 많음을 열거하였습니다.

 

'만약 이 중생들이 성숙되지 못하고 조복되지 못한 것을 그냥 버려두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다는 것은 차마 못할 일이다(菩薩 如是觀諸衆生 作是念言 若此衆生 未成熟未調伏 捨而取證阿耨多羅三藐三菩提 是所不應) 내가 먼저 중생들을 교화하면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겁에 보살의 행을 행하되 성숙하지 못한 이를 먼저 성숙케 하고, 조복하지 못한 이를 먼저 조복케 하리라(我當先化衆生 於不可說不可說劫 行菩薩行 未成熟者 先令成熟 未調伏者 先令調伏)’고 하셨습니다.

 

이는 우리가 중생을 위한 서원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자신의 깨달음이나 교화나 성숙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중생들의 깨달음과 교화와 성숙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을 제도하기 전에 다른 사람을 먼저 제도해야 한다는 속뜻이 있는 것입니다. 지장보살은 “지옥의 중생들을 다 제도하여 지옥이 텅 비기 전에는 맹서코 성불하지 않겠다. 또 중생을 다 제도하고 나서 비로소 내가 깨달음을 이루겠다.”라는 비장한 서원을 세우신 분이십니다. 일체 보살의 정신은 본래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

 

이와 같은 중생을 위한 뜨거운 서원을 실천할 때에 결코 헛되지 아니하여 반드시 최상의 깨달음을 성취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의상의 제자들을 위한 경책의 말씀을 화엄경을 인용하여 말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