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제8권 《한마음》 - 제4장 법계도(法界圖) (1)

qhrwk 2026. 5. 17. 06:58

 

제4장 법계도(法界圖) (1)

 

의상은 제자들로 하여금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를 마당에 그리게 하여 오전 내내 몇 번을 돌면서 게송을 외우게 하고 난 후 한자리에 모두 모이게 하였다.

 

“오늘부터 며칠간에 걸쳐 이 법계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고 더불어 그에 따라 여러분들께서 가질 수 있는 의문에 대해서 자유롭게 문답을 나누는 식으로 법담을 이어가 볼까 합니다. 이 게송의 구절마다 궁금하거나 질문할 것이 있으면 순서에 관계 없이 언제든지 자유롭게 하길 바랍니다.” 의상은 제자들을 위한 본격적인 설명에 나섰다.

 

“시작은 이 법계도에 관한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을 하고 나서,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해할 수 있는 ‘일승(一乘)’의 정의 등에 대한 설명과 기타 질문을 받아서 보충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이 일승법계도(一乘法界圖)의 반시(槃詩)와 하나의 도인(圖印)을 합한 것은 화엄경(華嚴經)과 십지경론(十地經論)에 의거하여 원교의 핵심(宗要)을 나타낸 것입니다. 반시(槃詩)는 ‘일승법계도 합시일인(一乘法界圖合詩一印)’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흰 종이 위에 붉은 줄로 된 ‘법계도인(法界圖印)’과 검은 글씨로 된 7언(言) 30구(句) 210글자의 법성계(法性偈)를 합한 것입니다.

 

이때 법성(法性)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법의 본성(本性)’, 즉 깨달음의 내용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초기 불교에서는 삼법인(三法印), 연기법(緣起法) 등으로 표현되었고, 대승불교에 들어와서는 ‘공(空)’으로도 말해졌습니다. 이처럼 법성(法性)에 대한 설명은 ‘모든 법의 본성’을 무엇으로 보고,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서 학파나 종파별로 입장이 달라지게 된 것입니다. 화엄(華嚴)에 있어서 법성(法性)은 특히 중요시되는데, 법성(法性)이 다만 ‘부처님의 깨달음의 내용’일 뿐만 아니라, ‘부처님 그 자체’로까지 표현이 됩니다.”

 

의상은 이 ‘부처님 그 자체’로서의 ‘법성(法性)’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법성성기(法性性起)’, 즉 ‘부처님 그 자체의 출현’으로 발전시키게 된다. 의상계(義湘係) 화엄에서는 ‘모든 법이 원융(圓融)함’을 ‘법성(法性)’이라고 하였다.

 

“(모든 법의) 참된 성품에 대해 화엄경(華嚴經)에서는 여러 곳에서 ‘진성(眞性)’으로도 설해지고 있으나, 법성(法性)과 진성(眞性)을 대비하여 설하는 경향은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의상은 이 글에서 ‘진성(眞性)’을 연기분(緣起分)으로, ‘법성(法性)’을 증분(證分)으로 구별하여 진성(眞性)을 통해서 법성(法性)에 이르게 함을 말씀하고 있었다.

 

“일승법계도(一乘法界圖)의 전체 구성은 반시(槃詩)와 이 반시(槃詩)를 해석한 법계도기(法界圖記)로 이루어져 있으며, 법계도기(法界圖記)는 저술의 목적과 시를 읽는 방법을 밝히는 자서(自叙)와 반시(槃詩)의 해석인 석문(釋文), 그리고 발문(跋文)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제 이 글을 두 부문으로 나누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법계도인(法界圖印)의 뜻을 통틀어 해석하고, 둘째는 도인(圖印)의 모양을 나누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첫째 도인(圖印)의 뜻(總釋印意)을 해석해 볼 때, 왜 도인(圖印)에 의거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먼저 말씀해보면, 석가여래(釋迦如來)의 가르침의 그물에 포섭되는 세 가지 세간(三種世間; 기세간器世間, 중생세간(衆生世間), 지정각세간(智正覺世間)을 상징하며, 차례로 흰 종이와 검은 글자, 붉은 줄로 이루어진 반시(槃詩)를 통해, 이 세 가지 세간이 원융(圓融)함을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더불어 고요한 바다에 모든 사물이 다 비춰지듯이, 법계의 모든 존재가 이 해인삼매(海印三昧)로부터 번다하게 나타난 것임을 표현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화엄경에는 해인삼매의 세력으로 인해 일체를 다 나타내 남김이 없다는 현수보살품(賢首菩薩品)의 게송 등이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으며, 법장(法藏)스님께서도 이러한 게송 등을 근거로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인 화엄경이 삼라만상(森羅萬象), 즉 세 가지 세간을 모두 포섭하며, 바로 이 해인삼매 중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의상이 말하고 있는 이 해인삼매는 화엄경의 총정(總定)으로서, 화엄경 전체가 이 ‘해인삼매’ 속에서 설해진 것으로 말해진다. 특히 의상은 이 삼매에 들어가면 법성(法性)을 완전히 증득(證得)하여 삼종세간(三種世間)이 모두 그 삼매 중에 나타난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석가여래(釋迦如來)라는 뜻은 ‘석가족(釋迦族)의 성자(聖者)’라는 뜻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열 가지 호칭 중 하나로서 ‘여실하게 오신 분(如來)’과 함께, 또한 ‘여실하게 가신 분(如去)’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석가여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상 실존 인물의 존칭이기도 하지만, 화엄(華嚴)에서는 그 뜻과 동시에 법신(法身) 비로자나불, 보신(報身) 노사나불, 화신(化身) 석가모니불이 원융한 ‘삼불원융(三佛圓融)’으로서의 ‘석가여래’이다 라는 말씀입니다. 지엄(智儼)스님 말씀에 의하면, 화신인 석가모니 부처님과 법신인 비로자나 부처님 등이 모두 열 부처님(十佛)의 화용(化用)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

 

의상에게 있어서 특히 기세간(器世間)은 다른 세간과 마찬가지로 자성(自性)으로 독립해 있는 세계가 아니라 해인삼매로부터 나타나 원융하게 삼세간(三世間) 속에서 서로 연기(緣起)되어 있는 세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기세간은 하얀 종이(白紙)로 상징되며 그 자체는 깨끗하지도, 더럽지도 않다고 후대 의상계 화엄에서는 주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