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맑고 향기롭게2.당신은 행복한가-산승의 편지

qhrwk 2022. 6. 21. 12:13

♣산승의 편지♣ 

입추가 지나면서 밤으로는 풀버레 소리가 한층 여물어 지고 밤 하늘의 별 자리도 또렷해졌다.

뜰에 내다 놓은 돗 자리에 누워 별을 쳐다보면서,별과 달이 없다면 밤이 얼마나 막막하고 삭막할까를 생각했다.
별과 달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빛이 아닐 것이다. 한낮의 분주한 활동을 통해서 지치고 매마르고 거칠어진

우리들의 삶을 푸근하게 감싸주고, 안으로 정서와 사유의 뜰을 넓혀 주는 일도 한다.

한낮의 더위에 기가 죽어 있던 나무나 풀들도 어둠이 내리면, 숲과 강에서 보내오는 서늘한 바람에 생기를 되찾는다.

낮과 밤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활동과 휴식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있다.

별이 돋고 달이 떠 있는 밤은우리들 삶의 축복일분 아니라, 허겁지겁 쫓기듯 살아온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우리에게 하락된 유한한 세월을 어떻게 소모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이런 되돌아 봄과 반성의 시간이 없다면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처럼 우리는 인생의 종점을 향해 그저 곤두박질

치는 거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며칠전.올여름 안거를 산중의 선원에서 보내고 있는 한 스님 한데서 편지가 왔다.
다래헌 시절,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가 나를 찾아와 입산 출가의 뜻을 말했을 때, 송광사의 한 노스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으라고 소개해 주었었다.
그는 우리 불암을 개원하던날 사미계를 받고 중이 되었다. 

그러니 불일암과 함깨 그의 연륜이 쌓인 셈이다.

그의 편지는 다음과 같이 서술 된다.
큰 스님의 제자가 되었으면서도 공부에 대한 감도 잡지 못하고 15년 세월을 보내 왔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처님이 곁에 계실지라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처음 맞이한 여름 안거.축복속에 두어달 하고도 사흘이 지났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이제까지 모든 삶의 과정들이 금년 여름 안거를 위해 준비되어 왔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요가다난의 말에 따르면,구도자에게 첫 번째 축복은 허리를 통해서 온다고 했는데, 그 이치를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좌선중 척추에 따르는 미묘한 기운을 느끼면서 부터 기쁨과 기운이 솟아납니다.

기쁨과 기운이 넘쳐나니 음식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고, 음식에 대한 욕구에서 벗어나니 온갖 물질 세계와 세속적인

갈망이 녹아 버리는 것을 느낍니다.
반결재(90일안거의 절반되는때)부터 일종식(하루 한끼만 먹음)을 해 오다가 열흘전부터 단식을 시작했는데 3일만에

숙변이 빠지면서 몸과 마음의 기운이 하나로 통하고, 몸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흰죽만을 하루 반 그릇 보식하고 요즘 다시 일종식으로 살아갑니다.
찬도 김,버섯,지개 고추등은 몸이 받아들이지 않고 밥 한공기 정도와 나물 몇 가지,
국물 조금이면 하루 양식으로 넉넉합니다.
기쁨과 광명의 세계를 설핏 들여다보고 나니 인간의 양식은 빚과 기쁨임을 알겠습니다.
고요과 기쁨과 광명이 함께하니 피곤함과 졸음과 배고픔이 사라집니다,
이것이 선열위식 인가 싶으니 눈물이 한 번씩 솟아나기도 합니다.

그는 올 여름안거 동안 귀한 체험을 하고 있다.진실하게 정진하는 수행자들이 거치는 원초적인 체험이다.

먹는 일에 동물적인 관심을 기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영위식, 선정의 기쁨으로 음식을 삼는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살과 뼈로된 육체만이 아니라 영혼의 부분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 할때 인간의 양식은 빛과 기쁨임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이 가장 순수하고 맑아질 때 자신도 사랑과 감사함이 고갈되어 있다는 소식이기도 하다.

그의 편지는 계속된다.
좌선을 위한 좌선,오로지 좌선에만 전념함.몸과 마음이 함께 자유로워짐. 큰 안락의
법문 등의 이치를 하루하루 체득해 가는 기쁨이 있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계율을 깨드리는 일이 참으로 여렵다는 법문에 크게 공감합니다.
충만감과 자비심으로는 계율을 파괴 할 수가 없지요.
그래서 수도생활을 기쁨의 길, 축복의 길이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우리 수좌들(선원에서 전진하는 선승들)의 현상을 보면 깨달음과 건성에 대한 갈망이 도리어 '본래부터 열려 있고 

넘쳐나는'엄연한 모습에 눈멀게 하는것 같습니다.

마치 잠들려고 애쓰면 쓸수록 잠을 이룰 수 없듯이 부처를 구하고 신을 찾는 일이 갈망과
욕구의 응어리가 되어 벽을 만듭니다.


구도자를 인도에서는 '산야신'이라고 하는데, 그 뜻을 '포기한 자'라고 합니다.
몸과 마음과 호흡이 가장 조화롭고 자연그러워 인위적인 요소가 개입 되지 않을 때
몸과 마음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번 찾아 뵙고 싶지만 해제 때가지 잘 지내겠습니다.
제게 있어서는 도원 선사의 가르침이 가장 확연하게 다가옴을 느낍니다.
이제부터는 저는 수도(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수도 생활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이제 출가하고, 이제 불법을 만난 느낌입니다. 

당분간 이곳에 머물면서 선정과 자비를 키워가겠습니다. 해

제일에 찾아뵙겠습니다.
범체 평안하심을 빕니다
ㅇㅇㅇ삼배

이 편지를 받고 이튿날 나는 맑은 정신으로 그에게 다음과 같은 답신을 서 보냈다.
편지를 두번 기쁘게 읽었소.

선열로써 음식을 삼는거 같아 전해 듣는 마음도 함께 기쁨니다.

몸은 출가했으면서도 마음으로 선정의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찌 출가 장부가 될 수 있겠소.

출가 수행자는 모든 기존의 틀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야 합니다.
우리가 무억 때문에 세속의 집을 등지고 출가를 했는지시시로 되돌아 본다면, 부질없이 허송세월 하면서 꿈속에서 

지낼 수가 없을 것이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는 것은 사랑과 감사의 넘침이다.
현대인에게 눈물이 사라지고 있음은 이 말고 순수함이 사라져 간다는 뜻이고,
출가 수행자에게는 내일이 없어야 합니다.

그'내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세월을 미루면서 허송해 왔는지 내 자신도 이따금 후회합니다

.늘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꽃처럼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야 합니다.가난과 고요와 평안과 정진이 수행자의 몫이 되어야 합니다.

도원 선사의 법문에 공감한다니 반갑습니다.

본증묘수本證妙輸 불염오不染汚 의 정진을 명심하십시요.
새삼스럽게 깨달기 위해서 닦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밝음(깨달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닦음이고 닦지 않으면

더럽히니가 항상 정진 하는 것이오.
그래서 좌선을 일러 큰 아락의 법문이라고 한 것이오. 휴정선사도 말씀햇듯이 자기자신의 근본인 진심을 지키는 것으로써 첫째가는 정진을 삼아야 합니다.

한때의 기쁨과 축복의 체험에 만족 하지 말고 더욱 분발 하시기 바랍니다.
더 멀리 내다 보려면 다시 한층 높이 올라가야 합니다.될 수 있는 한, 말 적게 하고, 잠 덜 자고, 음식 덜 먹는 것이

수도생활을 기쁨과 축복의 길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진정한 수행은 새로운 이해로 나아가는 자기 교육의 과정입니다.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은 보다 풍요로워지고

더 이상 방황하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게 됩니다.

진실한 수행은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내밀한 행위이며 눈뜸입니다.
올여름 안거중에 모처럼 기쁜소식 받으니 내게도 기운이 솟는 것 같습니다.
헤제의 기쁨을 함게 누립시다.
탈 없이 일념으로 정진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