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귀를 기울이라 ♣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예불하고 점점 밝아 오는 창 앞에 허리를 펴고 마주 않아 있는 이 투명한 시간을
나는 즐기고 싶다.
차거운 개울 물 소리에 실려 어김없이 쏙독새가 '쏙독 쏙독 쏙독' 하고 한참을 울어댄다.
달밤이나 새벽에 많이 우는 쏙독새는 일면 머슴새라고도 하는데,부지런한 이새의 형태를 봐서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윽고 휘바람 소리로 4박자로 우는 검은 등뻐꾹기와 이에 장단이라도 맞추듯'웅웅웅'하고 벙어리 뻐꾹기가
새벽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자연의 소리는 매말라 가며 굳게 닫힌 우리들의 마음을 활짝 열게 해준다.
새벽에 일찍 깨어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조촐한 복이 아닌 수 없다.
이 시간에 거리에는 그 전날 사람들이 어질러 놓은 자리를 묵묵히 청소하는 환경 미화원들의 거룩한 움직임이 있다.
또 시장에는 새벽장을 여는 부지런한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는 밤잠을 자지 않고 밤새워 짐을 나르는 화물차의 행렬이 있다.
이와 같은 새벽풍경은 곁에서 바라보기에도 뿌듯하고 든든하다.
활기찬 생명력이 이웃에게까지 번져 오는것 같다. 하루가 시작되는 이른 새벽에 깨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전문가들의 체험에 의하면 어둠과 밝은이 교차되는 이런 시간이 하루 24시간 중에서도 명상하기에 가장 알맞은
때라고 한다.
명상이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과 다른 무엇이 아니라 깨어 있는 삶의 한 부분이다.묵묵히 쓸고 닦는 그 일이,
시장에서 무심히 팔고 사는 그 행위가, 또한 맑은 정신으로 차분하게 차를 모는 그 운전이 바로 명상으로 이어진다.
어떤 직종에서 무슨 일에 종사한건 간에 자신이 하는 일을 낱낱이 지켜보고 자신의 역활을 자각하는 것이 명상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으면 자기 자신을 안팍으로 냉철하게 살펴보면 된다.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무슨 일을 좋아하며, 이웃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고,무엇을 삶의 최고 가치로 삼고 있는지,
곰곰히 헤아려 보면 자기 존재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살피는 이런 명상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자신의 삶을 자주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바깥
소용돌이에 자칫 휘말리게 마련이다.
자신을 안으로 살피는 일이 없으면 우리 마음은 날이 갈수록 사막이 되고 황무지가 되어 간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와 같이 총체적인 부정부패로 전락 하게 된 것도(물론 가진 사람들의 경우다) 따지고 보면
구조적인 모숨으로 돌리기에 앞서, 개개인이 하루 한때라도 자신의 삶을 안으로 살펴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한데서 그 요인이 있자 않을가 싶다.
저마다 자기 삶의 몫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지를 한때라도 생각을 가다듬고
살필 수 있었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보다 훨신 건강해졌을 것이다.
우리는 예전에 너무 물질적으로 가난하게 살아 왔기 때문에, 밥 술이나 먹고 살게 된 오늘에 와서까지
물질 지향적인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는 국민 총생산량에만 기울였지 국민의 총 행복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상태였다.
그러나 요즘 정신세계의 흐름을 보면 물질 지향적인 데서 벗어나 삶의 질을 문제 삼는 영적인 변혁의 시기로
접어 들고 있다.
우리가 같은 생물계에 속해 있으면서도 일반 동물과는 달리 인간 일 수 있는 것은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노사간의 갈등이 쉬지 않고 일어나는 것도 피차가 노동의 대가인 임금만을 문제 삼고 노동 그 자체의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데 까닭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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