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법정)

무소유 삶 4.무소유,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 -아름다운 마무리

qhrwk 2022. 7. 11. 07:53

★아름다운 마무리 ★

 

2007년 10월 법정 스님은 페암 판정을 받았다. 오애도록 그를 괴롭혀온 천식이 단순한병이 아니었음이 판별된 것이었다. 법정은 이 병고도 자신을 찾아온 친지중 하나라며 어르고 달래며 지내기겠다는 뜻을 비쳤다.
어지간한 것에는 법정의 뜻에 토를 달지 않았던 그의 친지들과 제자들(상좌) 들이 이번 만큼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결국칮지와 상좌들의 수차레에 걸친 간곡히 권유해 치료를 위해 도미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사들조차
성공률이 4%라며 치료를 주저 했으나'이 분은 수행자로 일반인들과 전혀 다르다'는친지들의 강력한 주장에 치료를 시작,

현대의학으로는 불가는 하다며 담당 의사들이 놀랄 정도로 회복했다.


그러니2008년 대운하를 향한 그의 발언은 정치 권력을 향한 마지막 비판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죽음을 앞둔 그에게 자신이 염원했던 '아름다운 마무리'란 날선 비판이 아니었다.
그는 병산에 누워 어느 때처럼 생각에 잠겼다.


" 모든 일에는 그 때가 있는 것 같다.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때 그때 삶의  매듭들이 지어진다.그런 매듭을 통해서 사람이

안으로 여물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아님을 비로서 인식하게 된다.

내 몸이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앓는데 수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와 따뜻한 손길이  따르는 것을보면 결코 자신만의 몸이 아니라는걸,알수 있다.
앓을 대는 병자 혼자만이 앓는 것이 아니라 친지들도 친분의 농도 만큼 함께 앓는다.'이웃이 앓기 때문에 나도 앓는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병을 치료하면서 나는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따뜻하고,친절하고, 이해심이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인간적으로나 수행자로서 보다 성숙해 질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지나온 내 자취를 돌이켜보니 건성으로 살아온 것 같았다.
주어진 남은 세월을 보다 알차고 참되게 살고 싶다. 이웃에 필요한 존재로 채워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죽은의 고비를 넘기고 이내 자신의 오두막을 찾았다.
그리고 채소밭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다. 산은 이미 늦 가을에 접어 들고 있었다. 그리고 끝자락에 서리를 맞아 어둡게 시들어 가는 채소를 보며 사람의 도리를 생각했다.

"그때 그때 바로 그 자리에서 내 자신이 해야 할 도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 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삶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되찾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물음에서 그때 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그 물음은 본래 모습을 잃지 않는 중요한 자각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 놓는것, 내려 놓음은 일의 결과나 성공과 실패를 뛰어 넘어 자신의 순수 존재에 이르는 내면의

연금술이다. 내려놓지 못할 때 마무리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윤회와 반복의 여지를 남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진정한 내려놓음에서 완성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마음이다. 채움만을 위해 살아온 생각을 버리고 비움에 다가서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고 그 비움이 가져다 주는 충만으로 자신을 채우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의 본질은 놀이를 회복하는 것, 심각함과 복잡한 생각을 내려 놓고 천진과 순수로 돌아가 존재의

기쁨을 누린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아는 것,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 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인다.

또한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 용서와 이해와 자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새롭게 일깨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자연과 대지, 탸양과 강, 나무와 풀을 돌아보고 내안의 자연을 되찾는 것,궁극적으로 내가 기댈곳은
오직 자연뿐임을 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개체인 나를 넘어 전체와 만나는 것,  눈 앞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내자신이 세상의 한 부분이고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나를 얽어매고 있는 구속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 삶의 예속물이 아니라 삶의 주제로서 

거듭나는 것,진정한 자유인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마무리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차 한잔을 앞에 두고
그 향기와 맛과 빛깔을 조용히 음미 하는 것,그것은 마무리이자 도한 시작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스스로 가난과 간소함을 선택하는 것, 맑은 가난과 간소함으로 자신을 궁핍으로부터 바로 세운다.
아름다운 무무리는 또한 단순해지는 것, 하나만으로 만족할 줄 안다.
불필요한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기 자신과 더욱 가까워진다.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분면히 가릴줄 안다. 

 

문명이 만든 온갖 제품을  사용하면서 '어느 것이 진정으로 내 삶에 필요한가?

나는 이것들로 인해 진정으로 행복한가?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하여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무리는 언제든 떠날 채비를 갖추는 것이다.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순례자나 여행자의 모습으로 산다.
우리 앞에 놓인 이 많은 우주의 선물도 그저 감사히 받아슬뿐,언제든 빈 손으로 두고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머지않아 늦가을 서릿 바람에 저토록 무성한 마뭇잎들도 우수수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 빈 가지에 시절인연이 오면 또 다시 세잎이 돋아날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세로운시작이다."

법정은 시간이 번개불처럼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언제 재발 할지 모르는 페암도 그를 위협했지만 안질등을 앓으며 새삼스레 시간이 얼마나 빨리 빠져 나가는 것을 

온 몸으로 절절하게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픈 눈에 한 시간 간격으로 안약을 넣어야 하는데 그 한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얼나나 빨리 바져 나가는지 

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법정은 만년필을 다시 들어 글을 쓰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법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