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2 30

‘밤에 앉아’(夜坐)

‘밤에 앉아’(夜坐)夜久群動息야구군동식밤 깊어 온갖 움직임 쉬자庭空皓月明정공호월명빈 뜰에 달이 환히 밝아온다.方寸淸如洗방촌청여세마음 씻은 듯이 맑아지니豁然見性情활연견성정활짝 본 마음이 드러나구나.깊은 밤에 혼자 앉아 있다가 안으로 자기의 마음을 응시해본 시이다.빈 뜰에 달이 밝아 오자 생각은 마음 속 깊이 심층을 뚫고 내려가 본다.내 마음 안에서도 달빛이 비친다. 번뇌의 구름이 걷히고 심월(心月)이 솟아 마음속구석구석을 다 비춰주는 것 같다.사람에게는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숨은 마음 구석이 있다. 맑고 고요하고 깨끗하기이를 데 없는 순백한 그 마음 이것이 본래의 참 마음이다. 이것을 인간다운 본래마음이라 하여 성정(性情)이라 했다.※ 명대 서화가 문징명(文徵明)의 (1522年作) 이 시는 조선조 후기..

정몽주의 국화시菊 花 詩 /鄭 夢 周

정몽주의 국화시菊 花 詩 /鄭 夢 周菊花我所愛국화아소애국화는 내가 좋아하는 꽃我愛其心芳아애기심방그 향기 잊을 수 없어平生不飮酒평생불음주평생 술을 먹지 않았지만爲汝擧一觴위여거일상너 때문에 한 잔 드노라.平生不啓齒평생불계치평생 웃을 줄 모르다가爲汝笑一場위여소일장너 때문에 한바탕 웃어 보노라.정몽주(鄭夢周)의 국화시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무게가 있는 시이다.국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평생 마시지 않던 술을 먹게 되었고, 웃을 줄 모르고 살다가국화 때문에 웃게 되었다는 내용이다.달리 말하면 국화 때문에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았다는 말이다.고려 말의 충신으로 만고에 그 이름을 떨친 포은(圃隱) 정몽주(1337~1392) 고려 왕조를 위한 충절 때문에 개성의 선죽교에서 피살을 당했지만 그의 학문과 정치력과 외교력그리고 백..

서울 와서 나그네로 떠도는 손이여

※ 조숙유(趙叔孺)의 成扇 (1939年作)서울 와서 나그네로 떠도는 손이여京洛旅遊客경락여유객서울 와서 나그네로 떠도는 손이여雲山何處家운산하처가구 름 낀 산 어느 곳이 그대 집인가?疎煙生竹逕소연생죽경성근 연기 대숲 길에 피어오르고細雨落藤花세우락등화가랑비에 등나무 꽃이 지는 곳이네.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세속적으로 말하면 출세도 못하고 돈도 못 벌고 내 꼴이 내가 봐도 한심하다는 생각이들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어딘가 멀리 잠적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도 한다.위의 시는 조선조의 유명한 시인 이달(李達)의 시인데 자기 스스로를 달래기 위하여자문자답하는 형식으로 쓰진 시이다. 곤궁한 생활 속에 가족들 보기에 체면이 서지 않아서울의 세도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말단 벼슬이라도 ..

백우선(白羽扇) 부채를 부치기도 귀찮다

※ 근현대 중국화가 주회민(周懷民)의 단선(團扇) 백우선(白羽扇) 부채를 부치기도 귀찮다嬾搖白羽扇난요백우선백우선 부채를 부치기도 귀찮다.裸袒靑林中나단청림중푸른 숲속에 들어가 벌거숭이가 되자脫巾挂石壁 탈건괘석벽건은 벗어 석벽에 걸어 놓고露頂灑松風 로정쇄송풍 머리에 솔바람을 쐬어 보자.장마철이 되었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곳도 있다.요즈음은 흔히 국지성 폭우가 내린다 하며 수해를 입은 곳도 많다는 뉴스다.산중에도 덥기는 마찬가지다. 샤워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날이 많다.당시(唐詩) 선집을 읽다가 이백의 하일산중(夏日山中)이란 시가 산중의더위 타령을 하고 있어 피서하느라고 이 시를 거듭 읽었다.더워도 산중은 여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