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무문관] 제28칙 구향용담(久響龍潭) -용담의 촛불

qhrwk 2023. 12. 23. 07:43

제28칙 구향용담(久響龍潭) -용담의 촛불

용담숭신선사에게 덕산이 가르침을 청하여 듣다가 밤이 깊었다.
용담 선사가 말하였다.
“밤이 깊었는데 왜 물러가지 않는가?”
덕산이 드디어 인사를 하고 발을 들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말하였다.
“캄캄합니다.”
용담 선사가 초에 불을 붙여 건넸다. 

덕산이 받으려 하자 용담 선사가 훅 불어 불을 꺼버렸다. 

이에 덕산이 홀연 깨닫고 절하였다.

용담 선사가 말하였다.
“그대가 어떤 도리를 보았는가?”
덕산이 대답하였다.
“이후로는 천하 노화상들의 말씀을 의심치 않겠습니다.”

그 다음날 용담 선사가 법상에 올라 말하였다.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이빨은 칼을 빼곡 심어놓은 것 같고, 입은 피를 

가득 물었는데, 웬만한 몽둥이에는 끄덕도 않을 것이다. 

그가 이 다음에 우뚝한 산꼭대기에서 나의 도를 세울 것이다.”

덕산은 금강경소초를 법당 앞에서 불사르며 외쳤다.
“모든 깊은 진리의 말을 다할지라도 털끝 하나를 허공에 놓은 것과 같고 

세상의 중요함을 다한다 할지라도 물 한 방울을 깊은 골짜기에 떨어뜨린 것과 같다.”
그리고는 인사를 드린 후 떠났다.

[평창]
덕산 선사가 깨치지 못하였을 때 입으로 다 말할 수 없이 마음에 분하고 

분하여 남방에 가서 교리 밖에 특별히 전했다는 뜻을 쓸어 없애 버리려고 

예주 땅에 이르렀다.

때가 되어 길가의 떡집 노파에게 점심을 사려고 하니 노파가 물었다.
“스님의 바랑 속에는 무슨 글이 들어 있습니까?”

덕산 선사가 금강경소초라고 대답하니 노파가 말하였다.
“금강경 가운데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했는데 스님은 어느 마음으로 점심을 드시렵니까?”

이 물음에 덕산선사의 입이 콱 막혀 버렸다. 이렇게 노파에게 지기는 했으나 

그냥 물러나지 않고 근처에 어떤 큰 선지식이 계시냐고 물어 오리 밖에 

용담 선사께서 계신다고 하자 용담 선사를 찾아 뵙고 노파와의 대담을 이야기했다. 

용담선사께서 덕산선사에게 아직 불씨가 남아 있는 것을 보시고 덕산선사를 

가여운 어린아이처럼 여겨 급히 물을 가져다가 불씨마저 없애 버렸다. 

그 식은 땅을 본다면 한바탕 크게 웃으리라.

<송>
이름 듣느니 얼굴 보느니만 못하다더니
얼굴을 보니 이름 듣는 것만 못하네
콧구멍은 얻었을지 모르나
어쩔꼬, 눈동자는 멀고 말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