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공부

제48칙, 건봉일로(乾峯一路) - 건봉의 한 길

qhrwk 2023. 12. 30. 07:58

 

제48칙, 건봉일로(乾峯一路) - 건봉의 한 길

건봉 선사에게 한 선승이 물었다.
“시방의 제불은 모두 열반의 문으로 간다 하셨는데, 대체 그 길은 어디 있습니까.”

건봉 선사가 주장자를 잡아 일으켜 한 번 긋고 말하였다.
“여기 있다.”

나중에 그 선승이 운문 선사에게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운문선사가 부채를 들더니 이렇게 말하였다.
“이 부채가 튀어올라 삼십삼천(三十三天)에 이르러, 제석(帝釋)의 콧구멍을 쑤셨다. 

동해의 잉어를 쳤더니 동이를 기울인 듯 큰비가 쏟아졌다.”

[평창]
한 사람은 깊고도 깊은 바다 속에서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고, 한 사람은 높디높은 

산꼭대기에서 허연 파도를 일으킨다. 정(定)을 지키고 행(行)을 놓아, 

각각 한 손을 내서 종승(宗乘)을 붙들 어 세웠다. 

흡사 두 마리 말이 맞부딪친 것 같으니 세상에는 이를 간파한 사람이 없으리라. 

바른 눈으로 보건대 두 늙은이는 길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송>
발을 들기 전에 이미 이르렀고
혀를 움직이기 전에 말해 마쳤다.
곧 넉넉히 저절로 착착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다시 향상의 도리가 있음을 알라.

이상으로 {무문관}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48가지 화두는 선 수행자의 분별적인 사유를 배제하고 매우 즉답적이고 

1회적인 오도(悟道)의 기연(機緣)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본래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다만 전혀 마음에 부합되는 것이 없다면 {벽암록}과 {임제록 강의}를 참조하면서 

다시 점검해 보시길 바란다. 

하지만 화두란 하나의 빗장과 같은 것 으로 긍정과 부정을 넘나들면서 수행자를 

곧바로 일심(一心)의 실상(實相)을 체험적으로 느끼게 하는 기관에 불과하다. 

 

{무문관(無門關)이란 서제(書題)에서 말한 봐와 같이 문이 없는 빗장이 다. 

도대체 말이 안 되는 말이다. 

그래서 마음의 근원을 곧바로 체득하는 것을 요청하는 선(禪)은 말 없는 곳에서 말 없는 

곳에 이르는 것이며, 말씀에 의해서 궁극의 이치에 도달하는 교(敎) 는 말 있는 

곳에서 말 없는 곳에 이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밖에도 수많은 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쉽고 가장 빨리 불교의 궁극적 경지에 이르는 것이 선이라고 하였다. 

그렇다. 

가장 쉽고 빠른 깨달음의 길이 선이고 이러한 선 수행 가운데에서도 조사선이 가장 빠

른 길인 것이다. 

 

다만 생각 이전의 본래의 그 존재자가 바로 창조의 주인이고 결박의 주인이고

해탈의 주인임을 확고하게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 이전의 그 본래의 자리를 체험적으로 자내증(自內證)하기 위해서

분발하는 마음을 내고 의심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완전무결하게 체득(體得)될

때까지 일심불란(一心不亂)하게 "이것이 무엇인가?"를 전심전력(專心專力)할 뿐이다.